'저탄소 식생활' 움직임... 농업도 해법 찾아야

2022-10-10  21:53:42     이병로 기자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지난해 이맘때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수입산 농식품으로 인한 탄소배출량이 국내 농업생산분야 탄소배출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그런데도 정부가 탄소중립정책 수립에 있어서 수입산농식품에 대한 탄소중립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다는 쓴 소리였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시)은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와 환경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19년 수입산 사료를 포함한 식품수입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46만 톤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이는 같은 해(2019년) 농업 분야 탄소배출량 2100만 톤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예를 들어 농산물 운송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포도는 수입산이 국산의 4배가 넘고, 키위와 감귤은 수입산이 국산의 3배가 넘는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련 연구와 대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12년 환경부가 발표한 '식품수입에 의한 푸드 마일리지 및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일본, 프랑스, 영국 보다 1인당 식품수입량, 1인당 푸드 마일리지,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 불명예스러운 1위였다.

위성곤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전체 탄소배출량에서 농식품 차지 비율이 2.9%라는 것은 농식품체계 중 생산분야만 포함하기 때문이다. 유통을 포함한 타 분야에 대한 탄소배출량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식량의 80% 가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생산분야의 탄소정책만으로 과연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알다시피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서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은 최대한 감소시키고 흡수량은 증대하여 순 배출량이 ‘0’이 된 상태를 말한다. 누적배출량(1951∼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나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우리 정부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이상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억 9천만 톤이나 감축해야 하는 목표다. 2050년에는 말 그대로 탄소중립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가격이 높고 고급화된 제품일수록 탄소 소재를 활용한 게 많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운동 애호가들은 너도 나도 카본 소재(정확히는 탄소섬유로 만든 플라스틱) 자전거를 구입해 라이딩을 즐긴다. [사진=픽사베이]

 

◇ 세계 13위 탄소배출국 대한민국 “탄소배출 계산법이 변해야 탄소중립 가능”

그런데 여기서 산업분야에서 그렇게도 많이 언급되는 탄소섬유, 활성탄소, 탄소나노튜브, 카본 블랙 등은 탄소배출에 해가 되는 게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가격이 높고 고급화된 제품일수록 탄소 소재를 활용한 게 많다.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자전거운동 애호가들은 너도 나도 카본 소재(정확히는 탄소섬유로 만든 플라스틱) 자전거를 구입해 라이딩을 즐긴다. 여기서 카본은 탄소를 말하고 탄소섬유는 카본을 다량 함유한 섬유제품을 말한다. 심지어는 항공기 소재로도 탄소가 쓰이고 있다.

이렇듯 탄소소재는 항공, 스포츠. 레저 분야, 방산·우주 분야에서 고강도와 경량을 구현하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궁금한 건 과연 탄소소재 활용이 탄소배출량을 얼마나 줄여주느냐는 거다. 이에 대한 대략적인 답은 이렇다. 우리나라 탄소산업진흥원에서는 오는 2030년에는 국내에서만 약 32만 2천 톤의 탄소소재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수요가 발생해서 쓰이게 되면 탄소소재는 소재에서 생산으로 이어지고 유통과 사용까지 전 주기적인 관점으로 따져볼 때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시킨다. 예를 들어 자동차나 자전거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사용하면 자동차 1대당 이산화탄소 5톤을 감축시킨다는 그런 셈법이다. 그리고 폐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에서 약 6~70%의 탄소를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소와 산소를 분리해서 탄소소재화가 가능하다. 우리 정부가 최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게 된 배경에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을 위한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직은 더욱 연구개발이 필요하지만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탄소를 자원화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탄소 소재화 자체로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점을 적용해 추산해보면, 2030년까지 항공, 방산, 레저 스포츠 등 주요 산업에서 탄소소재 5만 톤이 쓰이게 될 경우엔 약 3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2030년까지 약 2억 9천만 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소하겠다는 목표가 실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항공, 방산, 스포츠, 레저 분야에서만 탄소배출량을 줄여나가도 충분한 걸까? 그건 아니다. 현재는 농식품 분야의 전체 탄소배출량 대비 차지비중이 약 3% 아래로 낮게 책정되어 있지만, 이는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위성곤 의원이 지적한대로 생산 분야에만 국한된 셈법이다. 이를 운송, 유통 ,소비 전 분야로 확대해서 보면 그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면 농식품 분야의 기업, 농민,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각각의 먹거리가 지닌 탄소 이력, 즉 탄소연관성 및 탄소배출량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이런 이해와 현실 적용을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이 알게 모르게 진행 중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농축산물 탄소발자국’이라는 개념과 ‘한끼밥상 탄소계산기’라는 계산법이다.

먼저 농축산물 탄소발자국부터 살펴보면,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략적인 자료들만 제시되어 있는데, 한 예로 지난 2018년 한 과학잡지(과학동아)에서 보도한 ‘농축산물 18종 탄소발자국’을 참고하면 수입농산물의 탄소배출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주요 농산물 중 탄소배출량이 해상운송과정만 계산해 봐도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미국과 브라질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대두(콩)의 경우 100그램 당 탄소배출량이 15.98그램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태국 미국에서 수입하는 닭고기는 15.94그램으로 2위, 칠레 미국에서 수입하는 포도는 14.15그램으로 3위, 미국 독일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돼지고기는 13.27그램으로 4위,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는 옥수수는 13.12그램으로 5위, 미국 멕시코 뉴질랜드에서 수입하는 아보카도는 10.37그램으로 7위 ,필리핀 에콰도르에서 수입하는 바나나는 2.49 그램으로 14위, 중국에서 수입하는 마늘은 0.82그램으로 17위를 기록하고 있다.

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처럼 탄소배출량을 대략적으로라도 계산해내는 ‘탄소발자국’ 이라는 개념도 생겨나고 , 어떤 소비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느냐는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 항공, 방산 , 스포츠, 레저 분야 탄소배출량 감소로는 불충분... 농식품분야도 발등에 불

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처럼 탄소배출량을 대략적으로라도 계산해내는 ‘탄소발자국’ 이라는 개념도 생겨나고 , 어떤 소비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느냐는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육류 소비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감자, 콩, 두부 등 식물성 농식품에 비해 5배~10배나 많은 점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채식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작은 노력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셉 푸어나 토머스 네메섹 같은 서양의 과학자들이 우리가 가장 자주 먹는 식품 40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해봤더니, 소고기가가 단연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의 탄소 배출량은 무려 가금류의 9배 쯤 되고, 콩의 25배나 됐다. 돼지고기보다도 6배나 높았다.

그런데 무조건 소고기를 비롯한 육류를 포함한 원재료 탓만 하기는 힘들다. 바로 ‘한끼 밥상 탄소 계산기’라는 것에 식품과 요리를 입력해보면 해당 식품의 탄소배출량으로 탄소발자국을 추적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된장찌개를 먹으면 그 한 끼만으로도 1.5㎏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게 되고 김치찌개를 먹으면 2.3㎏CO2e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이 된다. 메뉴에서 소고기를 60g만 덜 먹어도 휘발유자동차 10㎞를 덜 탄 정도로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그런 식의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매 끼니와 모든 음식을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며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개개 소비자와 기업과 관공서와 정부가 힘을 합쳐 큰 그림을 그리고 하나씩 실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보호와 이를 위한 노력을 국제표준규약으로 제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는 걸 감안하면 탄소배출량 감소노력은 국익을 위해서든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든 장기적으로는 분명 명분도 있고 실리도 챙기는 움직임인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이런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농진청 올해 1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기술개발과 현장 보급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8% 감축하겠다는 목표에서 나온 전략이다. 구체적으로는 온실가스 정보에 대한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통계자료 구축이 우선이다. 앞서 위성곤 의원이 지적했듯이 정확하고 치밀한 통계자료 구축은 저탄소 농업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 농업기술 개발 확대, 농경지를 이용한 온실가스 흡수 기능 강화 등도 주목할만 하다.

서울시는 세계 채식인의 날(10월1일)을 맞아 1일부터 사흘 간 청계광장 차 없는 거리에서 저탄소 식생활 홍보를 위한 서울 ‘기후미식회’를 개최했다. 기후미식회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저탄소 환경급식 운영으로 행복한 교육급식 문화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식식단 식재료 지원사업 운영학교(40교)에 식재료 구입비 52일분의 예산을 추가 확보하고, 채식급식 중점학교(8교)에 음식물쓰레기 감량을 위한 AI기반 푸드스캐너 구입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양한 저탄소환경급식 프로그램과 수업자료를 개발해 적용하고 자율적으로 저탄소급식의 날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최근 본점 구내식당에서 은행장과 임직원들이 함께 ‘ESG 비건데이’를 실시했다. 콩고기로 만든 콩불구이, 수제교자만두 등 식물성 식품 식단이 마련됐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을 ‘ESG 비건데이’로 지정하고 계속해나가기로 했다.

세종특별자치시는관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지구를 위한 먹거리’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지구를 위한 먹거리 체험 행사는 지역 농산물과 제철 식품 섭취하는 것이 저탄소 배출 식단이 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먹거리분야 저탄소 식생활 문화의 전 세계 확산을 위한 저탄소 식생활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aT는 지난해 4월 먹거리 분야 탄소저감 등을 위한 ESG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공사 구내식당을 중심으로 저탄소 식생활 ‘그린푸드 데이’를 운영중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2050년 탄소중립 및 제로 웨이스트(Carbon Neutral&Zero Waste) 실현’을 선언했다. 사업장의 탈(脫)탄소 에너지 전환, 제품과 솔루션의 친환경적인 혁신 등이 핵심내용.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 사업장에서 2030년까지 25% 감축하기로 했다. 오리온 역시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주관하는 2022년도 ‘탄소중립설비 지원사업’ 대상 사업장으로 선정되어 탄소줄이기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저탄소 식생활 문화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우리 농업도 탄소중립 시대에 맞는 전방위적 전략을 수립에 행동에 옮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