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노수현 원장

2022-08-18  11:10:35     이광조 기자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먹거리다. 인류는 이걸 충분히 만들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좁은 국토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는 우리는 안정적 먹거리 확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씨를 뿌리고 잘 자라도록 보살피는데는 농부의 정성과 영농 노하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농산업 기술이다. 우리 땅에 적합하고 병충해에도 강하고 영양 성분이 풍부한 좋은 종자나 농작업에 효율성을 높여주는 고성능 농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이 분야에 많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이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다. 과제를 공모하고 수행평가를 진행하며 상용화 추진 등 전과정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대체식품, 맞춤형식품, 푸드테크 등 3대 유망분야를 선정하고 식품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직을 이끌고 있는 노수현 원장은 국립농산물품질평가원장과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을 역임한 농식품계의 베테랑이다. 노 원장에게 우리나라 농식품 연구개발의 현황과 미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노수현 원장

-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 하는 일을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 해달라.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연구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농식품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거나 자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영역 등을 R&D과제로 공모하고 연구과제가 잘 수행되는지 관리하여 연구성과물을 상용화하기까지, R&D 전 과정의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농식품 분야 국가연구개발 관리 체계에 따라 농식품부를 비롯한 농촌진흥청, 산림청의 중장기 계획,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업무를 지원하여 보다 효율적인 R&D 정책 및 투자방향을 마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 농식품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산업실현이라는 기관의 목표가 인상적이다. 최근 과학기술 발전과 농식품 분야를 엮어서 현황과 트렌드를 설명한다면?

우리 원은 농식품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한 농산업 실현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농식품 산업·기술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되는 것이 목표다. 새정부 국정과제 추진방향에 맞춰 농식품 혁신성장과 농정 현안해결을 위한 5대 중점 연구분야를 선정하여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규모는 총 2214억 원에 이른다.

우선, 농업인, 농촌주민, 국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현안 해결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반려동물, 축산악취 등 국민의 일상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농업·농촌 현안 문제를 과학 기술 기반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둘째, 변화된 소비 트렌드에 맞는 고품질 농식품 생산을 위한 식품 산업을 육성한다. 미래 식품산업을 견인할 핵심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차세대 식품 가공, 품질·안전 관리 강화 및 미래 유망 식품발굴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신시장 개척 등 농축산물 수출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셋째, 빅데이터·AI·ICT 기술 적용한 스마트 농업 실현을 위해  로봇적용 등 노지 스마트팜 기술 고도화, 농산물 유통의 스마트화, 주요 농기계의 전기 동력화 등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지원한다. 넷째, 육종기술, 미생물, 신소재 등 농생명 바이오산업 강화를 위한 농생명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 유전체 정보를 활용하는 디지털 육종체계로 전환, 유용 미생물을 활용한 생물비료 개발 등 부가가치 창출한다.

그 밖에 기후변화, 재난, 질병에 대응해 농축산물 생산, 농사 경영 안정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재난과 가축 질병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대형 신규사업 발굴을 위해 현재 ‘동물 감염병’, ‘노지농업’, ‘마이크로바이옴’, ‘디지털 육종’ 등 4개 분야에서 예비타당성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 최근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성과 중에 자랑하고 싶은 점이 많을 줄로 안다. 어떤 것들이 있나?

그동안 농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 식자재 개발 등을 통한 식품산업 육성, 우수종자 육성 등과 같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R&D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선, 빅데이터·AI·ICT 기술 적용한 노지 및 농산물 유통과 관련하여 스마트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스마트팜 농작업자 추종형 이송로봇, 무인주행 농작업기 등 노동력은 줄이면서 안전성과 편리성은 높일 수 있는 밭농업용 다목적 전동작업기를 개발했다. 

식품 산업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식품 산업 트랜드, 글로벌 기업 및 주요국 기술개발 동향을 고려하여 향후 중점 투자가 필요한 대체식품, 맞춤형식품, 푸드테크 등 3대 유망분야를 분석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건강관리 산업의 핵심으로 미래 서비스 양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골든씨드프로젝트(GSP)을 통해 우수종자 연구개발과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뿌리혹병 내병성을 가진 ‘CR비취’, 베타카로틴(β-Carotene) 고함유 배추품종인 ‘하이베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 고령화로 인한 각 사업분야의 비즈니스모델 발굴도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국내산 찰흑미와 서목태를 활용한 KS 인증 고령친화식품 개발이라는 성과를 이뤘는데, 고령친화식품 개발의 방향성이나 비전을 알고 싶다.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고령자의 섭취, 영양 보충, 소화·흡수 등을 돕는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고령친화 식품 산업 규모는 2015년 9조 3천억 원에서 2020년에는 17조 6천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고령친화 식품시장이 성장하면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를 지난 21년 5월 3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고령자의 섭취, 영양 보충, 소화·흡수 등을 돕기 위해 물성, 형태, 성분 등을 조정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고령자의 사용성을 높인 제품을 우수식품으로 지정하는 제도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의 세분화된 규정을 제공하여 고령자들의 식생활의 문제 완화, 삶의 질 향상 등을 추구하기 위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고령 인구와 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에 따라 고령친화식품뿐만 아니라 환자용 식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과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다양한 환자용 식품을 개발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질환별 맞춤형 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식품 분류체계와 기준 규격에 대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기업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만성질환자나 고령인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가정 내에서 적절한 식사관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환자용 식품 등 식이관리가 필요한 대상별 맞춤형 식품 시장이 성장 중이나, 한정적 제형(유동식) 등 한계도 있어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에 우리 원에서도 환자식·예방식의 소재와 유형을 다양화하고, 고령친화식품 관련 가공기술을 개발하면서 정보 기반 개인 맞춤형 식품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 말 밭작물의 수집부터 선별, 포장, 적재, 운반, 상차 작업까지 가능한 자율주행 전동 작업차를 개발했다고 알고 있다. 향후 여성농·고령농을 위하면서도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친환경 농기계’ 개발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설명해 달라.

친환경 농기계와 관련하여 2022년 친환경 동력원 적용 농업기계 기술개발 사업의 과제들이 선정되어 연구 진행 중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농기계 동력원을 전기구동, 수소 등으로 대체하여 온실가스 저감, 환경부담 완화 등 ‘탄소중립’ 정책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선정된 5개의 과제 중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기반 110kW급 대형트랙터 개발‘ 과제는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트랙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탄소 중립을 위한 Zero-emission(제로 에미션, 배기가스 배출량을 없게함) 농작업 구현, 국내 최초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기반 트랙터 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트랙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트랙터 제조사가 공용으로 사용 가능하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적용이 가능한 프레임타입 110kW급 트랙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수소연료 전지시스템 및 E-파워트레인 시스템을 적용한 수소연료 전지 기반 트랙터 개발이 최종 목표다.

- 끝으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으로서 농민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해달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더불어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더 크고 다양한 연구 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농기평은 새정부 국정과제 추진 방향에 맞춰 농식품 R&D 투자방향을 설정하여 각 분야의 연구개발사업에 반영하여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 필요한 기획,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선정평가, 연구자 중심의 행정서비스 제공, 그리고 농식품 우수성과 확신 및 수요자 중심의 전주기 상용화 지원체계 구축까지 전주기 사업관리를 통해 농식품 산업의 미래가치 창출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농식품 정책과 R&D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한편 농업인과 농식품 산업 현장에 중점을 두고 필요한 R&D 지원을 이끌어 가려고한다. 그러기 위해 그 어느 곳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도하는 조직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