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도 농어촌 홀대인가?

2022-04-03  19:42:24     이병로 기자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농업계가 또 긴장 모드다. 정권이 바뀌면 좀 나아지리라던 기대감은 아예 사라진 분위기. 이유는 간단하다. 정권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농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위원장 안철수) 위원 구성이 마무리됐는데, 이 가운데 농업 실무위원이 2명 뿐이라 그렇다. 과거와 비교해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는 것도 이유다. 농식품부 국장급이 아닌 과장급 1명에 외부인사로 농협중앙회 실장 1명이 농업계 몫의 전부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농민들의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원 뿐 아니라 전문위원 선임에서도 농업 전문가가 배제된 것도 농업계를 긴장시키는 이유. 현직 공무원의 인수위 파견은 모두 55명인데, 이 중 기재부와 국세청이 각각 6명(총 12명)으로 가장 많다. 숫자에서 이렇듯 밀리다보니 윤석열 당선인의 농업 관련 공약이 제대로 인수위에서 대접받을 수 있을지부터가 걱정이라는 게 농업계의 목소리다. 하지만 이런 걸 농업계 홀대라고까지 하기엔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은 지켜봐야할 때다.

더 큰 문제는 산적해있는 농업계 현안들이다. 대표적인 몇 개가 있는데 최근 대선 정국 전후로 불거져나온 게 바로 우유 유통 관련 낙농정책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홍문표 의원(충남 홍성 예산, 국민의 힘)은 우유생산 기반 붕괴를 방관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낙농가들은 대선 이전부터 지금까지 약 40일 넘게 농식품부의 낙농대책에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 의원은 "사료값 폭등, 과도한 우유 유통마진을 해소하지 않고 낙농진흥회 공기관화 추진을 통해 시장 약자인 낙농가의 희생만을 담보하는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도 위배되는 정책"이라고 꼬집고, "새 정부에서 생산비 연동제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고 낙농가와 합의를 통해 낙농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또 “지난해 국감에서 나온 지적사항마저 농식품부는 무시한 채 국회 보고도 없이 낙농대책을 추진한 것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향후 이를 정식 의제로 다룰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이 뿐 아니다. 산적한 농업현안을 풀어가기 위한 예산 증액 문제도 늘 제자리 걸음. 그나마 대선 전 각당 후보들의 공약에 농업예산 증액이 포함돼 있었지만, 이게 대선이 끝나고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농민들은 거의 없다는 게 농촌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실제로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난 2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농정당국이 재정당국의 입김에 제대로 된 예산 집행도 못하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들이) 예산을 추가 확보한다는 말을 쉽게 믿기 어렵다”고 꼬집은 바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공익직불금 예산을 아예 농민수당으로 바꿔 지급하면 부농, 소농의 차별과 불평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야 직불금을 둘러싼 농촌 현장에서의 양극화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얘기다.

낙농육유협회 지도부가 우유가격 생산비연동제 유지 등을 주장하며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사진=낙농육우협회]

◇ 윤석열 정부 인수위의 농업전문가 배제, 우연일까?... 농업계 우려 높아

그렇다면 농촌현장과 농민단체들이 바라는 윤석열표 농정은 어떤 것들일까? 대선 전에 내놓은 공약이 아닌 농민단체들의 실질적인 요구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종합해보면 큰 틀에서의 농촌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이를 윤석열 정부에 강도 높게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먼저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전국추진위원회’라는 단체를 주목하게 된다 . 이들은 농어촌에 희망을,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농정대전환을 위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전국대행진’을 지난 1월 개최한 단체인데 도올 김용옥, 배우 정우성 등 유명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민회에 참여했던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전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을 비롯해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김정희 아이쿱소비자생협연합회 회장, 진영종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참여연대 공동대표), 채수일 목사(전 한신대 총장) 등 농어민, 노동자, 소비자, 시민사회, 종교계 등 각계인사 2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가 행복한 나라로 가는 농정대전환 3강・6략 공동정책’을 내세우고 있는데, 3대 강령(3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으로 ▲먹을거리 위기에 대응하는 농촌어촌으로 ▲지역위기에 대응하는 농어촌으로 ‘개벽’해야 한다는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6대 방략(6략)은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지속가능 농어업 실현 ▲농어촌주민수당 지급 ▲농어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농어촌의 주민자치 실현 등이다.

대선 이후 앞서 언급한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을 추진한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회원들이 모여 ‘대선 이후 평가 및 이후 전망’ 집담회를 지난 3월 24일 열었는데,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사항이 일목요연하다. 먹거리 정책 분야의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윤석열 당선인의 먹거리 관련 공약은 먹거리 안전기준 강화나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공공급식에 국내산 우수 농축산물 우선 공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농산어촌의 현실과 국내 먹을거리 현황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이슈가 된 사안 몇 가지를 나열하는 식이어서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허 이사는 또 “새 정부가 안전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구축을 위한 먹거리기본법을 제정하도록 촉구하고, 지방정부들이 추진 중인 푸드플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일, 궁극적으로는 더 행복한 농산어촌을 만드는 일에 지금까지보다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국민연대 회원들 역시 지난 3월 20일 세종시청 1층 행정수도 홍보전시관 앞에서 '여야 대선 후보는 국민주권·지방분권·균형발전을 위한 개헌을 공약으로 채택하고 신속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대선정국에서 “농촌이 소외되지 않는 균형발전을 국가 책무로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농업과 국민 먹거리 기본권 보장 등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3농에 대한 공익적 가치 인정과 농민 기본소득 보장, ▲(농촌에 집중되는) 산업폐기물 처리 공공성 확보와 지역주민 환경권 보장 ▲지역의료 붕괴에 대한 근본적 대책 등을 요구했다.

그런가하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조해진 국민의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최근 광역의원의 선거구획정 근거가 되는 광역의원 총 정수 조정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개정안은 인구 3만 명 이상의 자치구·시·군의 광역의원 정수는 최소 2명으로 하고, 인구·행정구역·지세·교통 등의 조건을 고려해 100분의 3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해진 의원이 발의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광역의원이 1명이거나, 2명에서 1명으로 축소될 위기에 처한 시·군 58곳 가운데 최소 40곳의 광역의원이 2명으로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조해진 의원 측은 “개정안의 내용은 사실상의 농어촌 특례조항으로 볼 수 있다.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인구 3만명 이상의 자치구·시·군의 광역의원 정수를 최소 2명으로 하고, 헌법재판소의 광역의원 선거구 간 인구 편차 3:1 기준을 지키기 위해 100분의 30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 의원이 발의한 내용에는 수도권 제외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 하지만 농어촌 특례조항을 법의 테두리에 넣어 농어민의 권리를 지켜낸다는 의미가 크다는 게 농어촌 현장의 목소리다. 정치권에서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대목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조해진 국민의힘(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최근 광역의원의 선거구획정 근거가 되는 광역의원 총 정수 조정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 "농어민에 대한 정치적 홀대, 특례조항으로라도 시정해야"... 농어민 관심 증폭

이런 분위기 속에 국민의 힘 정운천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농어업상생발전위원회의 활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 세월 만연해 온) 농업예산 홀대, 청년농어가 감소, 도농 간 소득격차 심화, 농어촌 소멸 문제 등을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진정성있게 해결해나갈 것” 이라며, “소멸돼 가는 농림어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약을 확실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농림어업이 명실상부한 미래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튼튼한 농업, 활기찬 농촌, 잘사는 농민’을 구호로 내걸고 다양한 농정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아무쪼록 윤석열 정부의 농업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한다. 아울러 농민을 돕는 게 아니라 기획재정부 산하기관의 역할만 충실히 한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비롯한 농업계 인사임명부터 제대로 확실하게 해주길 바란다. 어떤 장관이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 기억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농어민들은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 이것부터 깊이깊이 새겨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