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

2022-02-22  11:29:39     이병로 기자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은지도 2년이 넘어간다.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으며 경제와 정치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위기상황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 전에는 너무 흔해 소중한지 몰랐던 먹거리, 환경, 위생 등이 그것이다. 모두 사람 목숨과 관계가 있다. 

우리가 쓰는 물건이나 먹는 음식은 이른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전세계가 거대한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그 중 어느 한군데가 끊어지면 구멍이 나게 된다. 코로나 19로 환자가 생기고 사회적 격리가 시행되자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다. 공장과 매장이 안돌아가고 트럭ㆍ배ㆍ비행기 등 운송수단이 수시로 멈춘다. 물자가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다. 

특히 먹거리는 타격이 컸다. 실어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국제 곡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사료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육류 가격도 덩달아 뛴다. 불안정한 공급으로 식량가격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안정적 식량 확보를 위해 애쓰고 있다. 먹거리의 원천인 종자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는 "해외 거래처로부터 종자 사재기로 부를 정도 주문량이 늘었다"면서 "그만큼 종자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강조한다.

채소는 우리에게 먹거리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재미와 치유를 주기도 한다. 아시아종묘는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을 오픈하고 격월간 잡지 <주말농장>을 발행 중이다. 모두 채소가 주는 또 다른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류경오 대표의 의중이 실린 결정이다. 류 대표는 "도시농업은 농업이 삶의 한 켠에서 취미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고 농업 체험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기회를 갖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종묘는 노란망고수박, 황금멜론 등 다양한 특색 품종을 개발해 해외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먼저 농민소득을 향상에 기여하고 나아가 세계인의 식탁에 건강한 한 끼를 올리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류경오 대표를 만났다. 식물은 사람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중요한 먹거리다. 이제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새로운 역할로 관심을 받고 있다. 도시농업의 비전도 더욱 분명해짐을 느꼈다. 팬데믹의 시대,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가치이므로.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

- 코로나19 시국에 우리나라 종묘 기업들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늘 변화와 혁신의 선두에서 종묘산업을 이끌어 온 아시아종묘로서도 이런저런 변화상을 체감하고 있을 걸로 안다. 설명 부탁한다.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큰 피해를 끼친 비극적인 사태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식량, 농업 그리고 종자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되는 것은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종자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지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일부에게만 그 중요성이 인식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사태를 계기로 지속적인 관심과 단순한 관심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종자산업에 대한 다방면으로의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또한 해외영업 부서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출장은 대폭 줄었는데 매출은 증가하였다. 해외거래처들 중 종자사재기라고 부를 정도로 기존 주문량 대비 많은 양을 주문하는 곳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종자자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 새로운 품종 개발이나 기능성 종자 개발 등에서 선두를 지켜온 대표적 기업이 아시아종묘다. 최근에는 도시농업백화점(채가원)을 오픈하거나 격월간 잡지 <주말농장>을 발행중인 것으로 안다. 도시농업이나 주말농장 등 새로운 개념을 현실화하기 위한 류경오 대표만의 어떤 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자세히 듣고 싶다.

일단, 아시아종묘의 모토는 '세계인의 먹거리를 우리의 정성과 노력으로' 인데, 전 세계인의 밥상을 우리가 책임지는 것이다. 먹거리라는 것이 단순히 식량의 자급자족의 개념을 넘어서 다양한 식문화의 교류 및 모든 가정에 다양한 채소들을 먹을 수 있고 그에 따른 건강한 식습관과 영양분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채소들을 직접 집에서 기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하며, 종자의 특성에서도 쉽게 기를 수 있도록 더 건강하고 우수한 종자들을 선별해내어 많은 가정과 농업인들에게 보급하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집에서 길러먹으면 노력하며 길러낸 농민들의 수확물의 수요가 줄어든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도시농업용 특수 채소들은 그런 개념이기보다는 필수 식재료들의 번외편이다. 농업이 삶의 한 켠에서 취미생활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주말을 이용해 농업체험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도시와 농업의 근접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말 그대로의 주말농장 보편화의 개념이 더 커지길 기대하고 있다.

- 명칭에는 다소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이른바 ‘대체육’ 기술이나 유전자 가위 기술 등으로 농업계는 큰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분위기에 가장 민감한 기업이 바로 아시아종묘 같은 종자기업일텐데, 글로벌종자 시장에서의 아시아종묘만의 특장점이 분명 있을 것 같다. 어떤가?

아시아종묘는 설립 초기부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R&D 투자를 유지해왔다. 차세대 육종가 양성에 노력을 기울여왔고, 조직배양·분자마커·병리검정 등 여러 첨단생명공학기술들을 도입해 육종기간을 5~6년 정도로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R&D투자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기 어렵지만 꾸준한 투자로 축적 된 아시아종묘의 기술력은 이제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젊은 육종가들과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극대화해 아시아종묘는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보다 더 많은 것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한다.

- 아시아종묘는 혈당억제 효과로 유명한 ‘미인풋고추’, 추위에 유독 강한 것으로 알려져 일본산 양배추 대체 성과로 이름 높은 ‘윈스톰 양배추’, 안토시아닌 함량이 풍부해 국내 최초로 미국 특수고기능성 품종상(AAS)을 받은 ‘스위트베이비 보라소형무’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우수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종묘로서 세계시장에 내세울만한 가장 자랑하고 싶은 종자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개발중이거나 향후 출시할 종자를 포함한 범위에서 아시아종묘의 비전을 듣고 싶다.

노란망고수박(골드인골드), 특수멜론 (오렌지 실버웨이브), 황금멜론 (골드갤럭시 시험중), 자색베이비리프 (레드킹덤), 그리고 보라소형무 (스위트베이비) 등 다양한 특색 품종들을 AAS (All American Selections, 미국 특수고기능성 품종상)에 꾸준히 진입시키고 있다. 아시아종묘는 다양한 기능성 품종의 개발을 통해 1차적으로는 농민소득향상에 이바지하고, 이를 통해 자사의 우수한 품종들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라가 건강한 한 끼를 전세계인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 귀농귀촌이라는 말과 더불어 반농반X, 4도3촌 등등 농촌과 농업에 대한 신조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농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는데, 역설적으로 실제 농정이나 농업관련 이슈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리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굴지의 종묘기업 대표로서, 관련 서적을 수십권 출간한 작가로서, 또한 우리 농업과 그 미래를 통찰하는 사색적 기업인으로서 우리 국민들이 농업, 농촌에 관심을 가질만한 캐치프레이즈나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서 들려준다면?

우리나라는 최근 부동산 이슈가 가장 크기 때문에 이에 관해 한 가지 예를 들까 한다. 예전에 베란다, 발코니, 그리고 테라스의 차이는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들이 많이 나왔던 것으로 본다. 결국은 모두 서양 및 현대 건축의 용어들인데, 농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베란다든 발코니든, 테라스든 차이가 있고 무엇이 좋고 나쁘고 간에, 모두 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공간이다. 수경 재배, 화분 재배 등 베란다 텃밭을 통해 도시농업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미국은 2019년 코로나 이전의 조사된 바로는 집에서 농사를 짓는 Home Gardener(홈가드너)의 수가 약 3200만명이나 된다. 현지 파트너 회사들의 시장정보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 이후 한 해에만 새롭게 홈가든을 시작했다는 사람이 2천만 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미국 종자회사들이 출시한 제품들이 'Veranda Series (베란다 시리즈)' 이다. 집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를 막론하고 누구나 쉽게 기를 수 있는 품종들을 판매한다. 자가격리 또는 재택근무자들이 채소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먹도록 한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기는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현실이 내 집 마련이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또는 단기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라 힘들고 어려움을 많이 느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농업은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집에서 베란다 텃밭과 같은 체험을 해보면서 농업을 통한 치유와 재미를 느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