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공기-호르몬 어루만지는 소믈리에, '원예치료사'

2021-06-14  07:00:23     이광조 기자
원예치료의 효과로는 공감대형성, 자극에 대한 반응, 역동적인 활동성, 심리적 정서적 안정 제공 등이 꼽힌다. 사진은 한국원예치료사협회 회원들의 봉사활동 중 만든 화분 [사진=한국원예치료사협회]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이 성인 암환자를 대상으로 실험 해봤더니, 원예치료 프로그램을 경험한 암환자는 정서적 삶의 질이 개선되고 스트레스는 낮아지며 세로토닌 분비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1회만 적용해도 실험 참여 암환자의 정서적 삶의 질이 13% 증가했고 우울감은 45%, 스트레스는 34%나 감소했다. 특히 우울감 해소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분비는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일이다.

"마음꽃을 피워주는 사람들, 원예치료사."

이 따스한 말은 한국원예치료사협회가 내건 슬로건인데,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원예치료(Horticultural Therapy)라는 것은 꽃과 식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원예활동을 통해 힐링을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 초창기 원예치료는 정신적 장애나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지만, 최근에는 임산부에서 임종을 앞둔 호스피스병동까지로 전연령 대상자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원예치료의 효과로는 공감대형성, 자극에 대한 반응, 역동적인 활동성, 심리적 정서적 안정 제공 등이 꼽힌다. 아동에게는 생명의 소중함, 사회성 향상, 창의성 발달이라는 효과를 안겨준다고 알려져 있다. 청소년에게는 폭력예방, 정서적 안정, 학습효과 증대라는 일거삼득의 효과가 주목할 만하다.

장애인에게는 우울감을 떨치고 자존감을 높여주고, 직장인에게는 직무능력 향상과 갈등해소 및 소통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인들에게는 치매예방과 건강한 노후생활을 보장한다.

학교,보건소, 호스피스병동, 재활의학병동, 정신병원, 암병동, 사회복지기관, 도시농업 관련기관 등에서 이뤄지는 원예치료는 복지원예사, 원예심리지도사, 방과후 원예지도사, 도시농업지도사, 힐링원예디자이너 등의 관련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는 분야로 인기가 높다.

사단법인 한국원예치료사협회의 주요활동으로는 식물과 원예활동에 기초한 상호관계에 대한 연구사업, 식물을 활용한 다양한 원예치료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자격증 교육과정 진행, 원예치료를 활용한 쾌적한 환경조성사업, 평생교육시설운영 및 원격평생교육원 운영 사업, 비대면 실시간 영상강의, 국제학술교류 및 연구지원 등이 있다.

원예치료의 이런 저런 풍성한 효과와 결과물들의 핵심원리는 뭘까? 그건 바로 풀과 흙을 어루만지면서 생겨나는 행복, 쾌감 관련 호르몬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흙을 손으로 어루만지고 발로 밟으면서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다양한 화초와 식물에서 발산되는 여러 가지 이로운 화학물질을 호흡하며 흙과 풀과 공기를 다루는 전문가, 즉 소믈리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원예치료사들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흙 소믈리에, 공기 소믈리에, 화초ㆍ식물 소믈리에. 물론 이런 직업이나 조어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낯설지만, 원예치료사가 해내는 일을 흙, 공기, 풀, 화초 소믈리에라고 해도 전혀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소믈리에. 와인을 다루는 전문가를 그렇게 부르지만, 원예치료사를 공기 소믈리에나 흙과 풀 소믈리에라고 불러도 좋을 시대가 됐다. 농업이나 원예의 다원적 가치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