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현 국립산림과학원 원장

2021-03-31  07:25:12     김찬래 기자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국토의 63%가 산지인 산악국가다. 국토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국가전략의 근간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파괴된 숲은 산으로써 역할을 못했다. 그래서 나무를 심고 가꾸어 마침내 세계가 부러워하는 산림녹화의 신화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산은 나무들로 빽빽한 '숲'이 됐다. 이제 제대로 활용할 때다. 최근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지구온난화 방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는다. 우리는 이미 거대한 탄소저장고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숲이 주는 미덕은 이뿐만 아니다. 사람의 심신을 치유하고 휴식을 제공하는 좋은 장소다. 과거 땔감에 한정됐던 나무의 용도는 친환경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디어도 좋지만, 실제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현실로 만드는 일은 역시 과학기술의 영역이다. 대한민국 유일 산림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의 박현 원장을 만나 산림산업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국립산림과학원 박현 원장

- 제23대 국립산림과학원장 취임을 축하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를 듣고 싶다.

대한민국 유일의 종합 산림연구기관의 대표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산림과학원에서 연구사로 시작한 사람이 원장을 맡게 되어 과학원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발휘해 주길 바라는 선·후배들의 기대가 커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역량있는 과학원의 연구진과 함께 하기에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과학원장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산림과학원의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었고 산림청에서 연구개발담당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산림과학원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해 왔다. 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현시점에 우리 과학원이 시의적절하게 해야 할 바를 찾아 풀어보려고 한다. 이제는 산림이 목재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는 선배들이 피땀 어린 노력으로 귀한 숲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법고창신(法古創新), 선배들의 훌륭한 업적을 본받으며 새 시대의 수요에 부응하는 연구를 해 나가고자 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산림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는 연구를 추진하겠다.

특히, 한국판 뉴딜 정책에 맞춰 산림 뉴딜을 선도하는 연구기관을 만들겠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숲과 목질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산림 부분의 역할 증진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잘 가꾸어진 숲, 전통 임업의 기반에 첨단 ICT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탄소 중립에서 산림의 역할을 부각시킬 것이다. 또한, 산림산업의 활력을 촉진할 수 있도록 산림 바이오 경제, 산림 관광 등의 신산업 활성화 전략을 마련하겠다. 산림 내 다양한 생명자원과 서비스 산업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겠다. 코로나와 저성장 시대를 뚫고 나갈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등 산림산업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연구성과를 도출하겠다.

- 숲은 천연자원 기능, 국민복지 자원 기능, 순환경제 자원 기능, 사회 자원 기능 등을 고루 갖춘 국가적 보고다. 이 중 신임 원장으로서 가장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기능은 어떤 것인가?

언급하신 것처럼, 숲은 다양한 가치를 발휘하는 자원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품고 있다. 다만,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산림의 각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따라서 내성과 탄력성을 지닌 지속 가능한 자원의 모습을 갖추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민둥산은 기대할 것이 거의 없는 빈약한 존재였지만 선배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귀한 숲이 만들어졌기에 각종 기능이 발휘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원의 선순환 체계를 갖추는 것이며, 이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인프라는 산림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말하는데, 산림 내에서 인적, 물적 자원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라고 할 수 있다. 숲의 선순환 체계를 위해 신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임도, 숲의 자원 분포와 효용가치를 소개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뇌신경과 같은 정보망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천연자원을 수확하여 활용하는 1차 산업적인 시각으로 산을 보는 것이 아니라 휴양·치유 등 복지자원, 사회자원으로서 가치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ICT를 접목한 산림관리체계 구축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숲, 산림자원이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을 활용하기 위한 접근로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탄소를 대체할 수 있는 천연자원, 쉼터와 일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자원으로서의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역점을 두겠다. 특히, 전통적인 목재산업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자원이고, 산림휴양·치유·교육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이롭게 하는 국민복지 자원임을 온 국민이 인식하고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 즉, 모든 부문에서 ‘삶과 공존하는 숲’의 패러다임이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산림과학원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 정부의 그린 뉴딜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 뉴딜을 설명해 달라. 그리고 이를 앞으로 어떻게 확대시킬 계획인가?

뉴딜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을 벗어나기 위한 비상대책으로 추진한 것에서 인용되는 용어다. 정부 주도로 인프라를 전환하거나 확대하는 정책으로 산업구조 혁신을 수반한다. 과거는 도로나 댐 등 토목사업으로 인프라를 확대하며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현대의 신 뉴딜은 탈 화석연료, 비대면 시대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그린 뉴딜은 기존의 화석연료 의존적이었던 경제를 저탄소,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도시·생활 인프라를 녹색으로 바꾸자는 취지 아래, 제로 에너지, 스마트 그린 등의 이름으로 녹색 산업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그린 뉴딜에 힘을 보태고자 한국형 산림 뉴딜 정책(K-Forest)을 수립했다. ‘숲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이라는 비전 아래 ▲산림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산림관리기반 구축 등 디지털·비대면 산림 서비스 도입, ▲숲을 활용한 바이오 산업 등 신산업 지원을 통한 산림산업 활력 촉진, ▲경영구조 선진화와 임업인 소득보전 등을 통한 사각지대 없는 임업인 지원, ▲산림의 탄소 흡수·감축 기능 증진 등을 통한 기후위기 시대의 확실한 대처 등 4대 뉴노멀 전략을 마련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한국형 산림뉴딜정책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기반기술을 연구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먼저, 산림자원정보 플랫폼 구축을 위한 데이터 정밀 가공 연구, 사물인터넷, 드론, 모바일 시스템 등을 활용한 산림재해방지체계 고도화, ARㆍVR 등을 이용한 체험형 산림서비스 제공기술 등 ICT 기술을 접목한 산림경영 연구에 투자를 확대하겠다. 아울러, 숲의 선순환 경영을 위해 생명산업, 관광산업 등이 융합되는 6차산업형 산림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될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의 대응책으로서 탄소 중립에 산림이 기여하는 정도에 대한 면밀한 분석, 목재 이용을 통한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소재 대체 등도 연구를 확대하고자 한다. 즉, 산림이 그린 뉴딜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하겠다.

- ‘2050 탄소제로’ 달성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산림 부문의 역할이 무척 중요할 것 같다. 설명 부탁한다.

요즈음 지구촌의 기상이변을 비롯한 각종 문제의 원인으로 꼽는 것이 온실가스이고, 온실가스의 대표가 이산화탄소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량이 늘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저장하는 친구로 국제사회에서 유일하게 인정받은 것이 나무, 숲이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탄소는 저장하고 남는 산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한다. 물론 풀도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죽으면 다시 썩으면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돌려주게 된다. 반면 나무들, 즉 숲은 오랫동안 탄소를 고정하고 있는 거대한 ‘녹색 탄소저장고’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수확하고 방부처리하여 잘 이용하면 반영구적으로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산림청에서 추진 중인 ‘30년간 30억 그루 나무심기’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를 만들기 위한 탄소중립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정책목표다. 그런데 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나무도 나이가 들면 생장이 느려지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나무가 충분히 자라 성숙하면 수확하여 주택이나 가구 등의 목재로 이용하고, 그 자리에 어린나무를 심어 이산화탄소를 왕성하게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탄소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나무를 심고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잘 가꾸어서 산림의 탄소흡수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각종 공정을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건축을 위해 시멘트나 철강을 사용하는데, 이들을 땅속에서 캐내어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나무를 사용하게 되면 훨씬 줄어들게 된다. 즉, 나무를 수확하여 사용하는 목재 이용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성숙한 숲, 산림자원이 없었기에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 활용할 수 있는 산림자원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산림은 다각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산림생명자원 연구와 서비스 산업의 연계를 통한 종합적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향후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국립산림과학원이 국민들에게 다가가고 싶은지 알고 싶다.

앞서 탄소중립과 관련하여 산림자원이 귀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산림자원은 탄소흡수원의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성숙한 숲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성숙한 숲은 더 많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018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숲의 공익적인 기능이 연간 221조 원에 달한다. 이 속에는 깨끗한 공기나 물을 제공하는 것도 있지만, 좋은 경관을 제공하거나 사람들이 안식을 누릴 수 있는 휴양·치유자원으로서의 기능도 있다. 이러한 기능을 실제 재화 가치로 전환, 발휘시키겠다는 것이 산림 종합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의미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졌지만, ‘6차 산업’이라는 개념이 화두가 된 바 있다. 6차산업은 1차산업인 산림자원 생산, 여기에 2차산업의 제조·가공, 그리고 3차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한 것으로 지역 산림자원에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청정자원인 임산자원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여 건강·보건산업과 연계하는데, 디지털 뉴딜의 정보인프라를 융합하면 ‘6+4=10차 산업’ 또는 ‘6×4=24차 산업’의 신 모델이 탄생될 수 있다. 즉, 산림 종합 비즈니스 모델은 산림이 가지는 유·무형의 자원을 활용하여 2차, 3차, 4차 산업의 융복합을 통해 소득 창출, 지역 사회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함의를 담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산림생명자원의 범주에는 유형의 단기소득자원, 목재자원 등이 있다. 서비스 산업에는 무형의 산림복지, 교육, 체험, 휴양, 치유 등이 있다. 이들의 자원량과 효용가치 등을 모바일 시스템에 결합하여 일반 국민에게 제공하면, 시기별로 임산물 생산·체험형, 생산·가공형, 휴양·치유형 등 다양한 형태로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임업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 소재들을 융합시켜 ‘숲에서 찾는 새로운 일상’이 실현되도록 모델을 개발하겠다.

- 농림축산식품부 직속 양대 기관인 농진청과 산림청이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방법이 있을지 듣고 싶다.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민 생존의 기본이 되는 농림축산 분야가 평가절하되는 세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정부는 국가의 기본 먹거리를 책임지는 1차 산업인 농림축산업의 안정성 확보와 농업인·임업인의 복지향상, 농·산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3D 산업으로 여겨지는 농림산업 분야에서 젊은이들의 이탈 현상을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다른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농진청과 산림청이 각각 농업과 임업이라는 분야별 투자를 통해 애를 쓰고 있지만 제대로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협업을 통해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협력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양봉산업은 좋은 예다. 양봉은 축산분야에서 다루고 있는 벌이 생산 주체이지만, 밀원수(꿀을 생산하는 나무)라는 먹이자원이 있어야 꿀 생산이 가능하다. 즉, 노동력 공급자인 벌과 자원 제공자인 나무의 협력체제가 필요한데, 기존에는 노동력을 지닌 벌에만 관심을 쏟았다. 이후 벌 밀도의 증가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자원 제공처의 중요성이 부상했다. 이에 따라 나무를 잘 아는 전문가와 꿀벌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만나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양봉산업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가고 있다. 과거의 꽃을 따라 이동하는 이동형 양봉방식을 탈피하여 시기별로 꽃을 피우는 다양한 나무를 한 곳에 심어 고정형 양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모색되고 있다.

기상 여건에 민감한 생물산업적 특성을 고려하여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할 수 있는데, ICT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온실 부문에서도 기술협력을 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위성정보를 활용한 발전을 모색하며 농림위성 발사체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농림업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림산업이 험난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고급 청정산업임을 젊은이들이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포함한 이러한 분야의 협력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국립산림과학원의 10년 뒤 미래를 미리 내다본다면?

최근 산림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국민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산림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으며, 숲에서 찾을 수 있는 생명자원의 활용을 통한 바이오 경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즉, 10년 이내에 산업자원부에 버금가는 산림자원부가 정부 조직 내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의 가치가 제대로 인식될수록 산림과학원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룸과 동시에 산림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대한민국의 모습은 전 세계가 본받고자 모델로 설정하고 있다. 산림과학원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며 전세계 산림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선도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국립산림과학원은 초연결성을 화두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ICT, IoT, 드론, 3D 프린팅, AI 기술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산림경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이러한 연구가 구체적인 결실을 맺으면서, 국토의 63%가 산지인 산악국가의 주역으로 산림산업이 자리매김하는데 핵심 두뇌 역할을 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 증진, 국가 혁신동력 창출 등 사회문제 해결형 융·복합 산림과학혁신을 선도하며 치산녹화 성공을 이을 제2의 국가브랜드를 창출하는 주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 국립산림과학원장으로서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심탄회하게 해달라.

어렸을 때, 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키우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헐벗고 울퉁불퉁한 산을 바라보면서 무슨 꿈을 키운다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차라리 광활한 바다를 보면 크고 넓은 마음이 키워질 수 있겠지만, 보잘것없는 산을 보며 세상을 껴안을 수 있는 크고 강한 용기를 키운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 산야 어느 곳에 가더라도 산 정상에 오르면 세상을 포용하며 돌아볼 수 있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녹색으로 펼쳐진 수해(樹海)를 바라보면, 수많은 생물을 보듬고 아름다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숲의 기운이 호연지기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산야가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모습으로 변모한 것은 오랜시간 묵묵히 미래를 위해 투자해 온 산림경영인, 산림전문가의 덕분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면서 빈한했던 과거의 모습은 잊고 현재의 풍요로운 모습만 보는 사람들은 혜택을 받기만 원할 뿐, 희생과 투자의 가치는 간과한다. 황무지에 심겨진 나무가 저절로 자라 현재의 풍성한 모습을 이룬 것으로 오해하며, 모든 국민이 자연의 혜택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어 놓기만 하면 잘 성장하여 좋은 숲이 된다는 생각은 큰 오해다. 우연히 좋은 땅에서 잘 성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주변 생물과의 생존경쟁이나 몰려오는 한파와 가뭄 등에서 버텨낼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해 주어야 우량한 나무와 숲이 만들어질 수 있다. 

광복 이후 수많은 나무를 심었지만 계속 헐벗은 모습으로 남아 있던 우리 산야는 산림 전문가들의 정성 어린 보호와 양육을 통해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를 해야만 계속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우리 숲은 자녀 키우는 마음으로 보살펴 주시길 당부드린다.

내년은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에서 산림과학 연구가 시작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00년 역사를 지닌 국립산림과학원은 과거의 성공적 성과를 토대로 새 시대를 선도하는 연구를 해 나가고자 한다. 미래 천년을 향해 숲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국가와 국민의 행복에 기여하고자 창의와 도전의 정신으로 다각적인 연구를 시도하겠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