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봉업, 아까시나무 의존도 낮춰야

2021-02-22  22:18:03     김찬래 기자

귀농희망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을 때, 하고 싶은 일 상위에 꼭 랭크되는 게 양봉이다. 무엇보다 다른 일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적게 든다. 노동력도 그리 많이 투입할 필요가 없다. 현금 회전율이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인지 해마다 양봉농가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약 3만 호 안팎의 농가가 양봉중이라는 통계도 나와 있다. 벌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화분, 봉독 등 생산물 중에서 벌꿀이 단연 으뜸(54%)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상당히 심각하다. 우리나라 주요 밀원(꿀 생산.채취가능 식물)이 아까시나무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 비중이 무려 70%. 더 큰 문제는 아까시나무의 전국 동시 개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쉽게 말해 전남 목포나 강원도 양구에서나 거의 동시에 피고 져버린다는 뜻이다. 그래서 양봉농민들이 꽃 피는 때를 맞춰 이동하며 꿀벌을 풀어놓을 타이밍을 맞추는 게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는 거다. 더 쉽게 말해 1주일에서 보름 정도 아까시꿀을 따고나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고 싶어도 딸 꿀이 없다는 거다. 아까시 꽃이 이미 다 떨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립산림과학원은 아까시나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묘안을 짜내고 있다. 이동하면서 하는 양봉이 아닌 고정양봉으로 충분하도록 여러 밀원자원을 개발 중이다. 그 결과 찾아낸 게 바로 헛개나무, 모감주나무, 쉬나무, 피나무 등이다. 더불어 국립산림과학원이 꼼꼼하게 연구해본 결과, 헛개나무와 밤나무 토종 벌꿀이 수입 마누카 꿀보다 더 항산화 활성과 요산생성 억제율이 높았다.

그러다보니 특히 헛개나무가 양봉산업의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모양새. 10년생 아까시나무를 1헥타르에 6백여 그루 심으면 하루에 약 16kg의 완숙꿀 생산이 가능하다. 그런데 헛개나무의 경우에는 동일 면적에서 같은 기간 동안 약 180kg의 완숙꿀을 생산할 수 있다. 무려 생산량이 10배 이상 높다는 것이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

헛개나무의 꿀 생산량이 높은 이유는 헛개나무가 훨씬 더 꽃이 많이 피기 때문이다. 헛개나무와 아까시 나무를 대략 비교하면 꽃숫자가 150대 20 정도로 압도적으로 헛개나무가 많다. 무려 7배 이상 많은 꽃을 피워내는 게 헛개나무인 것이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은 1990년 후반부터 헛개나무 육종연구를 통해서 일반 개체보다 과병 생산량이 2∼3배 많고 개화량도 뛰어난 ‘풍성1호’, ‘풍성2호’, ‘풍성3호’, ‘선산’ 등의 신품종을 개발했다. 농가에 보급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아무쪼록 벌꿀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해 시름에 잠긴 양봉 농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 많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