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법, ‘제자리’ 찾기

2021-01-03  16:55:23     이병로 기자
신축년 새해,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코로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평범한 일상은 우리 곁으로. [사진=송영국 기자]

“세상 풍경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듀엣그룹 ‘시인과 촌장’이 1986년 발매한 <푸른 돛> 중에 수록된 ‘풍경’의 가사다. 요즘처럼 이 노랫말이 생각나던 때는 없었다. 우리 모두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너무도 혼란스러운 지난 일년을 보냈다. 코로나 19가 몰고 온 비정상 때문이다. 맨 얼굴로 거리를 걸으며 신선한 공기 마시기, 친구들과 만나 수다떨기, 가족들과의 여행 등 일상은 꿈이 됐다. 코로나는 이제 우리 곁을 떠나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줬으면 좋겠다. 모두의 생각이 이러하리라. 

돌아간다는 말은 여러 뜻을 가지고 있다. 어르신이 사망하면 돌아가셨다고 말한다. 어디로 돌아갔다는 말인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로 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 세상은 잠시 머물던 여행지고 저 세상이 원래 있었던 자리라는 뜻이다. 이 때 ‘돌아간다’는 ‘회귀’의 의미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공부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유학생,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군인. 그들의 모습에서 혼돈을 끝내고 안정을 되찾는 희망과 설렘이 보인다. 그래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은 아름답다.
 
2020년 우리 농업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의 수를 대면했다. 씨 뿌리는 봄에 이상 저온으로 냉해를 입었다. 곡식이 자라야 할 여름에는 역대 최장의 장마를 겪었다. 가을 수확기에는 큰 태풍도 서너 개가 지나갔다. 경기·강원 접경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겨울의 초입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진됐다. 

자연재해와 가축전염병은 인간의 병, 코로나 19에 비하면 전주곡에 불과했다. 외국과의 왕래가 끊어지면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줄면서 농가들은 일손 구하기에 애를 먹었다. 초중고교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자 학교 급식도 중단됐다. 판로를 잃은 친환경 농가들의 피해가 컸다. 각종 행사 축소로 꽃 소비가 줄어들어 도산하는 화훼농가들이 줄을 이었다. 그냥 씨 뿌리고 추수하던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먼 미래 일 같다.

암담한 현실이지만 늘 그렇듯 한 해의 시작은 소망으로 연다. 가만히 있어도 만사가 순리대로 되면 좋겠지만 그건 신앙의 영역이다. 현실에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려는 노력과 도전이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제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 

공자는 제나라 군주인 경공(景公)이 정치(바른 통치)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君君臣臣 父父子子)“ 경공은 58년간 제위하면서도 나라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공자는 그런 그에게 모두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이름값을 바로 하는 게 부국강병의 요체라고 일갈했다. 

마찬가지로 “당국은 당국답게, 단체는 단체답게, 국회는 국회답게” 각자의 본분을 제대로 지키면 대한민국 농업은 필경 부유하고 강해질까? 공자의 말씀대로라면 그렇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정답이므로.

신축년 새해,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꿈을 꾼다. 코로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평범한 일상은 우리 곁으로.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