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한국곤충산업중앙회 성기상 총무이사

2020-12-08  14:48:02     이병로 기자

[편집자주] 국내에서 곤충을 기르는 일이 산업이 된지 이제 막 10여 년이 지났다. 그새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주목받는 곤충 사육 국가가 됐다. 애완동물에서 시작한 곤충산업은 이제 식용ㆍ약용, 사료용, 환경정화, 화분매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초창기다. 전문 사육 농가간 협력과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힘을 합쳐 시장을 키우고 사육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단계다. (사)한국곤충산업중앙회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전국 곤충농가 중 1200여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농촌진흥청의 인가를 받았다. 중앙회의 성기상 총무이사를 만나 곤충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성기상 한국곤충산업중앙회 총무이사. 킨텍스 곤충산업전시회 현장

- 사단법인 한국곤충산업중앙회가 하는 일이 궁금하다. 간략하게 설명 부탁한다.

곤충에는 해충과 익충(이로움을 주는 곤충)이 있다. 한국곤충산업중앙회는 그 중에서 익충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점점 숫자가 늘어나는 곤충농가와 곤충 기반 기업들의 의견을 모아 곤충산업 진흥을 꾀하는 곳이다. 농촌진흥청의 인가를 받은 곳이다. 정부나 관계기관의 정책수립에도 참여하는 단체이다. 매년 9월 7일 곤충의날 행사 등 국내외의 세미나도 주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곤충산업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고 보급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곤충산업의 글로벌 1위 국가가 되었다.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앞선 곤충산업 노하우를 전 세계에 홍보하는 일도 한국곤충산업중앙회의 일이다. 회원농가나 기업이 다루는 곤충으로는 굼벵이, 밀웜, 쌍별귀뚜라미, 메뚜기 등의 식용.약용곤충을 비롯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등의 애완(반려)곤충,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동애등에 등의 환경정화곤충, 하우스 농가에 필수적인 화분매개곤충, 사료곤충 등이 있다.

- 곤충산업은 농가나 기업에서 곤충을 사육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렴풋한 통계는 농식품부나 농진청 자료로 나와 있다. 하지만 농가나 협회 차원에서 피부로 느끼는 곤충산업의 실태나 현황은 어떤가? 희망을 품고 많이들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산업의 발전단계로 보자면 우리나라 곤충산업은 태동기를 지나 정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 나이로 치면 15살 정도랄까.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지만,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성공도 실패도 할 수 있는 그런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3~4년 전만해도 고소득창출 블루오션이라고 자주 소개되면서 곤충사육농가와 관련산업 인구가 급증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만큼 수요량이 늘지 않아서, 진정한 곤충농가와 고소득원으로서의 투자처로 인식하는 농가.기업으로 양분되고 있는 단계다. 진정성 있게 곤충을 사육하는 농가는 꾸준한 노력으로 충성고객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곤충산업을 투자로 인식하고 공격적으로 뛰어든 업체는 오히려 퇴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은퇴를 앞둔 회사원이나 귀농희망자의 창업고려 아이템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게 곤충산업이기도 하다.

- 본인 역시 전북 진안에서 마이산 홍벵이 라는 영농기업을 세워 곤충(꽃벵이, 고소애, 귀뚜라미 등)을 사육하고 있는데, 곤충산업에 뛰어든 계기가 궁금하다. 곤충의 어떤 점에 이끌려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나?

고향은 이곳 진안이지만 수도권에서 30년 이상 생활했다. 2014년 청천벽력처럼 아내가 암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회복식으로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챙기다가 굼벵이를 접하게 되었고, 사육하는 농장에 직접 가서 구입하는 일이 반복됐다. 아내의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게 보였다. 그래서 수술이 끝난 뒤 무작정 귀촌을 결심했다. 굼벵이 구입 당시 가본 굼벵이 농장을 벤치마킹해서 사육시설을 꾸렸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난 뒤에 아내가 정식으로 제안을 했다. “노후 아이템으로 곤충산업을 선택해 ‘올인’하는 게 어떻겠는가”라는 제안이었다. 용감하게도 다른 농가는 곤충사육을 부업으로 할 때 우리 부부는 전업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 곤충산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 한국곤충산업중앙회와 한국식용곤충산업유통협회가 둘 다 검색되어 나온다.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곤충농가가 약 3000여개 정도 된다. 우리 (사)한국곤충산업중앙회의 일반회원이 약 1200여명이고 인증회원이 300여명이다. 과거처럼 협회가입을 강제할 수 없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이유로 적절한 홍보수단도 없다. 협회의 자조금도 우리나라의 곤충산업 수준에 비해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협회가 난립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곤충산업중앙회는 각 광역단체에 10개 지부가 있는 농촌진흥청의 인가를 얻은 단체이다. 다만 3천여 곤충농가를 모두 아우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그래서 인증회원제도를 도입하고, 온라인 공동 판매망도 구축중이다.

- 곤충산업은 미래농업의 키워드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태국 귀뚜라미 사육농장의 번성이나 미국.유럽 국가들의 곤충식품, 의약품, 화장품 개발 열기 또한 뜨겁다. 한국곤충산업중앙회는 곤충사육을 통해 산업화의 어떤 부분과 가장 크게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가?

질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한국곤충산업중앙회도 모두 추진중인 사안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조건 변화, 코로나 등의 전염성 질병에 대응할 면역력 강화식품, 아직 밝혀지지 않은 효능 등 우리가 개척해나갈 길은 아직 멀고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기능성을 연구하고, 인정받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우리 곤충산업은 기존의 소, 돼지, 닭 등 메이저 가축들의 공통 문제점인 악취, 환경파괴, 과다한 먹이원 등의 문제가 없는 축종이다. 도시농업으로 선정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곤충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만 빼면 버릴 게 없다.

곤충을 활용한 식품 제품들 [사진=마이산홍벵이]

- 곤충사육은 (건강기능)식품 생산, 헬스푸드·메디푸드 생산, 의약품 원료 공급원, 화장품 재료 공급원, 체험농장 운영, 소멸위기 지자체 살리기 등등 도시와 농촌 모두를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곤충을 사육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런 말을 하면 과장이나 허풍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 굼벵이를 비롯한 곤충을 찾는 고객의 격려와 칭찬이 보람 중의 제일 큰 보람이다. 고객들 중에는 간질환환자, 암환자를 비롯해 스태미너 식품을 찾는 30~40대, 갱년기 여성, 당뇨환자, 탈모증 환자 등이 많다. 뿐만 아니라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사러 오는 초등학생도 있다. 심지어는 요양원에 계신 노부모님께 드리기 위해 굼벵이를 구입하러 먼 길을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이나 귀농을 결심한 도시사람들도 인생상담 겸 사업상담을 하러 자주 찾아오는 편이다. 곤충을 지자체의 히트상품으로 키우고 싶은 군수님을 비롯해 광역지자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신성장동력을 찾는 도지사님도 문을 두드리는 곳이 바로 농촌의 곤충사육농가다.

- 그리고 현재의 곤충사육으로 벌어들이는 농가의 소득수준도 궁금하다. 소득 다양화의 방법도 역시 궁금하다.

소득수준은 좀 편차가 존재한다. 지금은 없지만 수년 전에는 곤충분양사업으로 수억대의 수입을 올린 농가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은 진정한 생산소득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2~3년 전부터 나타난 소득창출 특징이라면 사육, 곤충가공, 체험학습으로 억대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도 부업 및 겸업 형태의 곤충농가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약 80퍼센트 정도가 부업.겸업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이런 분들의 소득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아서 평균 몇천만 원, 몇백만 원 또는 소득이 전무한 분들도 있다. 하지만 전업농들만 추출해서 통계를 내면 곤충사육전업농들은 농촌 평균 소득을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 마침 성기상 이사가 창립한 마이산홍벵이가 자리잡은 진안군도 신활력플러스 사업 지자체로 뽑혀 2021년부터 ‘홍삼과 곤충을 활용한 헬스푸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알고 있다. 홍삼과 곤충의 조화 또는 홍삼, 곤충, 약용식물의 콜라보로 어떤 것들을 실현하고 싶은가?

앞서 답변한 것과 같이 곤충산업은 융복합산업에 가장 어울리는 산업이다. 전북 진안은 북쪽에는 개마고원, 남쪽에는 진안고원이라는 말이 있듯이 산골 중의 산골이다. 진안 헬스푸드 프로젝트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진안의 특산물 홍삼, 전국에서 가장 효험 좋다는 진안산삼, 숨겨진 보물과 같은 진안의 약초 등 3가지 산업을 더욱 활성화시키면서, 곤충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보자는 주민들의 의견이 뭉쳐진 사업이다. 키워드는 활력, 헬스, 통합이다. 믿기 힘들겠지만 2020년 12월 초까지 진안지역의 코로나 환자숫자는 제로(0)다. 물론 많은 행운도 작용했겠지만 진안은 쾌적하고 안전한 고장이기도 하다. 이런 진안을 곤충의 종주지역으로 만들고 싶다. 홍삼분야, 약용작물분야, 곤충분야 등 3가지 분야에서 곤충분야인 저에게 진안군 헬스푸드 플랫폼 구축사업단장이라는 책무가 주어진 것은 그만큼 곤충분야의 융복합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2020년 현재 곤충사육에 뛰어들거나 앞으로 곤충사육을 하려는 농가나 농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허심탄회하게 조언 부탁한다.

굼벵이를 사육하기로 마음먹은 동기는 3가지다. 첫째,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겠다는 점. 둘째, 대체제가 없다는 점. 셋째, 대기업이 덥석 덤벼들 수 없는 분야라는 점. 이렇듯 곤충산업에는 분명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게으를 때와 정신 차리고 일할 때의 굼벵이 무게가 다르고 맛이 다르고 색깔이 다르다. 이게 현실이다. 돈과 재정만 투입(투자)한다고 수익이 쏟아지는 블루오션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제품을 사가는 고객의 건강이 좋아져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선물용으로 구입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런 기분을 느끼며 만족할 마음자세가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 싶다. 그리고 혼자서 모든 걸 하려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도 알고 있었으면 한다. 주변 곤충사육농가들도 있고, 각 지역 곤충협회 지부도 있고, 전국적으로는 (사)한국곤충산업중앙회가 그 동안 쌓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