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곤충산업 열전... 월계관은 누가?

2020-12-05  23:44:45     이병로 기자

한국 김치가 인기가 있으니까 회자되고, 욕심이 생기니까 갖고 싶은 것인가. 최근 불거진 한국과 중국의 ‘김치 표준화 전쟁’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특히나 김치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면역력 강화식품으로 주목받다보니 이런 일도 생긴다. 그렇다면 만일의 ‘식량 부족’ 앞에선 중국은 어떤 입장일까? 현재 75억 정도인 세계인구가 100억 명이 되는 시대가 오면 먹거리 부족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다는 게 미래학자들의 전망. 그 때는 곤충이 식량으로 둔갑해 구원투수 역할을 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중국엔 드넓은 땅과 수많은 곤충이 있으니 큰 걱정은 없겠다 싶지만, 문제는 날로 늘어나는 인구다.

현재에도 세계인구 75억 명 중에 약 20억 명은 곤충을 먹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태국의 식용귀뚜라미 농장은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다. 영국과 미국에는 곤충단백질 함유 에너지바를 비롯해 곤충쿠키, 곤충분말 함유 샐러드 등 다양한 식품이 출시돼있다. 우리나라에선 귀뚜라미즙이 들어간 숙취음료도 잘 팔린다. 일본엔 귀뚜라미 라면도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선 이런 뉴스도 나왔다. 키워서 비단(실크)를 만드는 누에 이야기. 농촌진흥청은 누에를 쪄서 익힌 홍잠(弘蠶)이 근육마비, 경련,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뇌 관련 질환인 파킨슨씨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름이 재미있다. 홍잠이란 것은 홍삼처럼 수증기로 누에를 쪄낸 것을 말한다. 단백질과 아미노산, 오메가3 지방산,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들어있다고 농진청은 강조하고 있다.

곤충은 최근 대체육ㆍ배양육같은 인조고기에 이어 가장 핫(hot)하다고 할 수 있는 식품분야 아이템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에서는 곤충을 식용으로 활용할 방안을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는데, 그건 한국도 일본도 중국도 모두 마찬가지다.

농촌진흥청은 누에를 쪄서 익힌 홍잠(弘蠶)이 근육마비, 경련, 운동장애 증상을 보이는 뇌 관련 질환인 파킨슨씨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농촌진흥청]

◇ 곤충, 인구 100억명 시대의 대체식품으로 주목...기능성 원료로도 각광

식용곤충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썩 많이 판매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상황이 국내와는 다르다. 미래식량으로서 대접받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하면 곤충에 든 순수 단백질 함량만 놓고 보면 소고기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단백질 하나로 한정해 보더라도 곤충은 세계적인 규모의 투자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나 빈곤국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곤충단백질이 연구되고 관련 솔루션이 개발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어스파이어 푸드 그룹(Aspire Food Group)은 아프리카 가나의 빈곤과 식량난 해결을 위해 미국과 공동으로 곤충산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가나 농민들에게 야자바구미 유충을 키워 판매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 목표는 대체 단백질의 확보와 보급.

핀란드의 엔토큐브(Entocube)라는 회사는 “곤충이 기회다”라는 슬로건으로 메뚜기와 귀뚜라미 사육 관련 시설과 솔루션을 개발.보급중이다. 엔토큐브 역시 사업의 시작은 개도국의 빈곤과 식량난 해결의 구원투수로 곤충단백질을 주목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남미국가인 과테말라에는 밀 플라워(Mealflour)라는 사회적기업(또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곳은 단백질 결핍을 예방하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밀웜의 지속 가능한 양식을 진행중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곤충 스타트업 플라잉스파크(Flyingspark)는 태국의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해 곤충단백질과 곤충오일 생산에 매진중이다.

2017년 발간된 <세계농업 제207호> 한국식용곤충연구소 류정표 선임연구원의 자료(세계 식용곤충 시장 및 가공기술 동향)을 보면, 식용곤충 가공과 관련한 기술은 크게 ▲원재료 가공기술, ▲단백질 가공기술, ▲오일류 가공기술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류정표 연구원의 자료 일부를 요약해 인용한다.

“원재료 가공기술은 1차 가공을 통해 식용곤충의 건조 및 분말화를 위한 가공기술을 의미한다. 소비자들은 식용곤충 원형보다 분말에 대한 기호도와 선호도가 높다. 단백질 가공기술은 식용곤충의 핵심 영양분인 단백질을 추출해 다양한 식품과 혼합함으로써 식용곤충의 영양학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식용곤충에는 일반적으로 9~25%의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오일류 가공기술은 곤충의 단백질 분리과정에서 생산되는 유지를 얻는 기술이다. 곤충 유지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필수지방산을 섭취할 수 있다. ”

단백질 하나로 한정해 보더라도 곤충은 세계적인 규모의 투자와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진=Aspire food group 홈페이지]

◇ “곤충식품산업은 원재료가공기술, 단백질 가공기술, 오일류 가공기술에 좌우”

그렇다면 저 멀리 유럽이나 북미대륙이 아닌 아시아 3국, 즉 한국 중국 일본의 곤충산업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 물밑에서 꾸준히 이어져 온 한·중·일 3국의 곤충산업, 그 중에서도 식용,약용곤충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는 일은 김치며 한복이며 라면이며 짜장면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세 나라의 인연으로 볼 때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 한국

대한민국에는 앞서 언급한 ‘곤충 단백질 (가공)추출’ 산업의 세계적인 기업이 존재한다. 바로 (주)케일이라는 회사. 케일(KEIL)은 아시아 최초로 식용곤충 대량사육 자동화 스마트팜 구축에 성공하여 식용곤충(Edible Insect)가 가진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성분 소재를 화장품 원료, 식품원료, 사료 원료, 비료원료 등 다양한 산업에 공급하고 있는 기업.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밀웜(갈색거저리)의 단백질만을 추출해 다짐육, 햄버거 패티, 돈가스, 떡갈비 등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곤충단백질로 대체육도 개발한 회사가 (주)케일이다.

그런가하면 곤충을 활용해 애초에는 없던 기능성을 생산해내는 기술도 연구중이다. 쉽게 말해 곤충이 기능성 요소를 생산해내는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하는 원리다. 경희대학교 한방재료공학과 강세찬 교수는 곤충 유충을 활용한 생물전환을 통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집파리 유충을 콩 등 농산물을 가공한 사료로 생육했을 때, 콩의 이소플라본을 다양한 물질로 전환시킬수 있다는 것. 또한 누에를 농산물의 부산물(비가식부위 등)을 섭식시켰을 때 헬리코박터 억제로 잘 알려진 설포라판 등의 특정 유도체 성분이 새롭게 생성된다고 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에 식용곤충 갈색거저리 유충으로 천연 미백화장품이 개발된 바 있다. 이 화장품은 피부 미백, 주름 개선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갈색거저리의 항산화 효과와 프롤린 성분 다량 함유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곤충 성분이 듬뿍 들어간 숙취해소음료도 인기다. '숙취타파'라는 이름의 이 음료는 경북 청도의 식용곤충 재배 농가의 국산 굼벵이(흰점박이꽃무지유충)과 노루궁뎅이버섯, 헛개나무 열매로 만들어졌다.

지자체로는 경북 예천과 전북 진안이 곤충으로 유명하다. 예천에 있는 예천곤충연구소 & 곤충생태원은 환경부 지정 생물다양성 관리기관이다. 다양한 곤충 표본과 살아있는 곤충을 전시중이다. 전북 진안은 곤충, 홍삼, 약용작물 활용 헬스푸드 사업을 대규모로 추진중이다. 정부의 신활력플러스 선정사업에서 전국 2위로 뽑힌 지자체다.

전북 진안에서 유한회사 마이산홍벵이를 운영하며 진안군 신활력플러스 추진단장이기도 한 (사)곤충산업중앙회 총무이사 성기상씨는 “곤충산업은 제2의 행성을 발견한 것처럼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할 융복합아이템의 원천이다. 농식품부의 지원과 식약처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며 곤충산업에 대한 정부의 배려를 주문했다.

■ 일본

곤충산업이 식재료로의 쓰임새에 이어 신소재 개발, 의약품 및 의료소재로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 특히 유럽의 화분매개용 곤충시장, 북미의 천적곤충시장, 아시아의 식용·의약용 곤충시장, 일본의 애완용 곤충시장 등 지구촌 각 대륙별 특징 또한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농촌진흥청 주재창 전문연구원의 자료(세계농업 제208호)를 보면, 일본은 특히 2002년 이후 4년간 약 2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식용·약용 소재에 곤충을 이용하기 위한 유전자 해독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코트라 일본 오사카무역관의 조사도 흥미롭다. 최근 일본에서 곤충식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 최근 무인양품은 귀뚜라미 센베이를 온라인 한정으로 판매했는데, 온라인 완판 기록을 세우며 곤충식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닛케이트렌드가 2021년의 히트상품으로 귀뚜라미 음식을 포함시켰다. 무인양품은 홈페이지에 ‘귀뚜라미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환경친화적 곤충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일본엔 곤충음식 자판기도 등장했다. 곤충음식 자판기는 일본 전역에 13개(도쿄 6개, 카나가와, 사이타마, 쿠마모토, 시즈오카,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사키 각 1개)가 있다. 캔에는 원래의 형태 그대로 건조시켜 소금 간을 한 곤충이 들어 있다. 일본인의 국민 음식인 라멘에 귀뚜라미를 접목시킨 케이스도 등장했다. 귀뚜라미를 우려낸 국물 라멘을 주말 한정으로 판매해 하루에 90~100그릇 정도가 팔릴 만큼 인기가 있다고. 일본의 유명 탤런트가 공중파 방송에서 귀뚜라미 라면을 먹는 모습이 방송이 되면서 매출에 날개를 달았다는 후문.

최근 무인양품은 귀뚜라미 센베이를 온라인 한정으로 판매했는데, 온라인 완판 기록을 세우며 곤충식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무인양품의 귀뚜라미 센베이 [사진=무인양품 홈페이지]

■ 중국

중국은 약용곤충산업의 대국.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약용 곤충산업은 동충하초로 대표된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널리 알려진 동충하초는 겨울엔 곤충에 기생해 숙주가 되고 여름엔 풀이 되는 버섯의 일종. 중국엔 총 190여종의 동충하초가 있는데 그 중 박쥐나방동충하초가 최상품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당시 가격이 무려 1kg당 평균 30만위안(한화 5100만원)에 팔렸다. 이밖에 곤충 단백질에서 추출한 항노화물질, 곤충독소에서 얻어낸 기능성 물질 개발 역시 중국 약용곤충산업의 특징이다.

최근에 중국은 곤충 세포 활용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곤충 세포를 이용해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생산한다는 것. 쓰촨대 부속병원이 개발한 이같은 코로나19 백신은 곤충세포를 증식시켜서 코로나19 유전자를 주입해, 곤충 세포가 재조합 백신 단백질을 생산하는 원리를 응용한 것. 한마디로 곤충이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활용되는 셈이다.

쿤밍시 생물과학기술 유한공사는 락이라는 곤충을 활용한 셀락 페인트로 유명하다. 셀락은 인도, 태국, 미얀마에 자생하는 락이라는 곤충의 분비물로 만든 페인트의 일종. 품질이 매우 좋아 유럽, 미국, 일본, 한국으로 수출하는 인기 상품이다. 이밖에도 중국은 식용곤충, 사료용곤충, 환경정화곤충, 약용보건곤충,에너지곤충, 문화곤충 등의 산업영역을 계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과 일본은 곤충산업의 발전을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식용곤충산업에서 시작해 약용곤충산업, 뷰티곤충산업 등이 현재까지 대중들에게 어느 정도 알려진 분야다. 하지만 앞서 잠깐 일본의 사례에서 언급했듯이, 유명 스타가 곤충관련제품을 사용하거나 먹는 퍼포먼스 등이 없으면 곤충으로 만들어진 히트상품은 좀처럼 탄생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일시적 유행이나 관심은 거품이 되어 오히려 곤충산업 발전에 저해요소가 될 수도 있다.

기능성이나 맛이나 디자인 등에서 걸출한 곤충산업제품이 탄생해 전 세계인이 열광할 날이 언제일지 궁금해진다. 그 첫 번째 홈런을 한국이 날려줬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