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 초읽기... 대한민국 농업의 생존 전략은?

2020-08-20  18:01:25     이병로 기자

우려했던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됐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수가 19일 기준 297명을 돌파하면서 3월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14일부터 시작해 19일까지 엿새 동안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무려 1288명으로 크게 늘었다. 13일 47명이던 신규감염자수는 14일 103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19일 297명을 기록했으니 일주일 만에 일일 신규감염자수는 3배에 가깝게 늘고 있다. 폭발적 증가세다. 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는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유행이 무서운 속도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마치 둑이 무너지듯 방역이나 의료 대응에 한계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느슨해진 방역의 고삐를 고쳐 잡았다. 지난 14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한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는 1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일 0시부터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 예배가 금지되고, 노래방, PC방 등 고위험시설도 운영이 중단됐다.

농식품부도 16일 0시를 기해 ‘외식 활성화 캠페인’과 ‘농촌여행 할인 지원’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침체에 빠졌던 외식업과 여행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었지만 무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농축산물 할인 쿠폰은 코로나19로 판로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을 돕고, 집중호우로 인한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 19 재확산에 모든 게 발생 초기인 2~3월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신규감염자 추이를 봐야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로 격상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코로나 19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경제는 더 위축되고 소비 감소도 불가피하다. 특히 봄철에는 냉해로, 최근에는 수해로, 일손 부족과 판로 축소로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는 농업인에게 잔인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2020 농식품 소비 트렌드‘를 공개했다. 농진청은 2010년부터 매년 소비자패널 1500명을 대상으로 소비 트렌드를 조사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내용으로 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농식품 구매에 고려하는 사항은 건강 > 안전 > 편리함 순이었다. 건강을 중시한다는 응답이 29.1%로 가장 높았고 안전한 먹거리가 중요하다는 응답이 27.3%로 나타났다. 또한 먹기 편리함(17.4%), 구매용이(13.1%)가 뒤를 이어 편의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19로 인한 소비자 구매 트렌드의 변화도 감지됐다. 예상대로 온라인 구매가 가장 많았고 집과 가까운 슈퍼마켓에서의 구매도 늘었다. 재난지원금이 농식품 소비에 미치는 효과도 입증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재난지원금의 약 60%를 외식 등 먹거리 지출에 사용했다. 특히 돼지고기와 한우를 비롯한 육류와 제철 과채류의 구매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수가 19일 기준 297명을 돌파하면서 3월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14일부터 시작해 19일까지 엿새 동안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무려 1288명으로 크게 늘었다. [사진=픽사베이]

요약해보면 이렇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선호한다. 반면 먹기 편하고 구매하기도 쉬워야 한다. 온라인 구매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아울러 마트 같이 붐비는 장소보다는 가깝고 사람이 적은 동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도 선호한다. 사람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먹거리 구매에 많이 쓴다. 이상이 현재 농업이 처한 현실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다만, 코로나 19의 재유행이라는 재난상황을 벗어날 힌트 정도는 된다. 그렇다면 정부와 농업계가 손잡고 해야 할 우선순위는 뭘까?

가장 먼저 유통경로를 다변화시켜야 한다. 현재 도매시장 위주의 관행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 대형마트와의 계약거래도 안심할 수 없다.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농식품 유통점유율을 높여가기 때문이다. 생산 현지 수집단계에서 소매상이나 온라인 업체로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온라인으로 물건만 판다고 잘 팔릴 것은 아니다. 먹기 좋고, 사기 편하게 상품기획이 뒤따라야 한다. 매년 늘고 있는 가공식품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국산 농산물을 이용해 ‘안전하고 건강함‘으로 소구하는 고급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실직과 감봉으로 줄어든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채울 과감한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도시민들의 생계비용을 지원하고 농식품 소비를 늘려야 한다. 이는 급격한 경기 침체와 농업 분야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다.

이와는 별도로 소비자나 업계관계자들이 직접 만나 소통하기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일부 기관과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웹세미나, 1:1 온라인 상담,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활용한 비대면 전시회 등이 좋은 예다. 다만, 오프라인을 통해 면대면으로 진행할 때와 견주어 소통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은 있다. 효과적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법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호랑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어려울수록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코로나 19가 가져온 엄혹한 현실은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과거의 관행을 끊어내고 혁신해야 할 지점은 없는지, 반전의 기회는 없는지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농업인의 노력과 함께 농정 당국의 치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