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쇠고기에도 족보가 있다, 횡성한우협동조합

2020-06-24  23:41:16     송영국 기자

몇 년 전 도토리만 먹여 키운다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고기전문점과 식당 간판에 너도 나도 ‘도토리를 먹였다’고 적는 유행이 번졌다. 건강에도 좋아서 일석이조 아니냐며 대대적인 홍보전도 벌어졌다. 그러나 몇 년 후엔 가짜 이베리코 돼지고기 단속이라는 반전(?)도 일어났다. 행정당국의 입장발표에 이어 철저단속이 행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엔 명품고기에 대한 열망은 시들지 않는 모양새다.

일본산 프리미엄 쇠고기라는 ‘와규’는 또 어떤가? 구워 먹으면 입에서 녹는다는 고기맛, 신선해보이면서도 환상적인 비주얼, 하얗고 촘촘하게 박힌 마블링. 게다가 일본의 홍보전까지 가세해 와규는 고급 음식점에서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위상(?)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전국한우협회(회장 김홍길)도 프리미엄 쇠고기의 필요성을 강변하며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데 와규만 프리미엄 쇠고기인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는 곳이 있다. 쇠고기로 유명한 고장 몇 곳이 뇌리를 스쳐가지 않는가? 그렇다면 거긴 어딜까? 거기는 바로 강원도 횡성. 내친김에 한 걸음 더 가보면, 횡성한우협동조합이란 곳이 떡 하고 버티고 있다.

 

◇일본엔 와규, 스페인엔 이베리코... 한국엔 횡성한우협동조합

맞다. 바로 횡성이다. 횡성에선 지난 1995년부터 ‘횡성한우 명품화사업 기본계획’을 꾸려서 체계적으로 ‘횡성한우’를 키워내왔다. 그 결과 횡성한우는 2004년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2년 연속 큰 상을 거의 독식중이다. 횡성 한우가 국내 한우브랜드 가운데 1위라는 명성을 차지한 게 우연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명품한우로 불리는 쇠고기는 여럿 있다. 지리산 순한 한우, 충남 토바우, 전남 녹색한우 등이 바로 그 주인공. 하지만 횡성한우의 이름값과는 좀 차이가 난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민국 1% 명품 횡성한우’라는 타이틀 국내 소비자들이 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횡성한우협동조합(조합장 이동옥)은 생산비 절감과 중간유통단계 최소화로 고품질 한우를 생산하기 위해 ‘한우 농가에게는 행복을, 한우 고객에게는 감동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2016년에 축산농가들이 모여 설립했다. 협동조합 우산 아래 배합사료, 건초, 기자재 등의 공동구매를 통해 생산비를 줄이는 건 기본이다. 조합을 통해 횡성한우를 출하해서 안정적 수익도 보장한다. 그래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창출해내는 곳이 바로 횡성한우협동조합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횡성한우협동조합은 공동구매뿐만 아니라, 농가컨설팅지원 사업을 하여 조합원들이 고급육을 사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한우개량사업, 적정한 출하시기를 컨설팅하기 위한 육질초음파진단, 사육에 있어서 한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기위한 우군분리, 제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사진=횡성한우협동조합]

◇ 명품한우 지향하는 횡성한우...“한우 농가에겐 행복을, 한우 고객에겐 감동을”

앞서 언급한 외국의 명품 한우, 특히 일본의 와규는 질좋고 맛좋은 쇠고기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일본 쇠고기가 명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건 바로 좋은 환경과 사료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한때 일본에선 맥우라는 쇠고기로 전세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좋은 사료와 맥주를 섞어 먹이며 키운 소가 바로 맥우. 프리미엄 쇠고기의 맛은 그렇게 미묘한 차이에서 비롯된다.

횡성한우협동조합도 마찬가지. 팜스코 사료를 공동 구매해서 소를 키우고 있다고 귀뜸해 준다. 고품질 사료를 보다 더 싸게 구입해 생산원가를 절감하면서 프리미엄쇠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횡성한우협동조합은 공동구매뿐만 아니라, 농가컨설팅지원 사업을 하여 조합원들이 고급육을 사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한우개량사업, 적정한 출하시기를 컨설팅하기 위한 육질초음파진단, 사육에 있어서 한우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하기위한 우군분리, 제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기후 스트레스 최소화 컨설팅도 진행한다. 2019년 8월에는 횡성한우협동조합 육가공센터를 준공하기도 했다.

횡성한우는 또한 3대 이상 횡성에서 사육되는 ‘혈통우’로 품질을 인증받았다.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관리된다. 더불어 유통단계 최소화로 전국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등장하는 특장점도 갖췄다.

 

◇ 생산,유통의 선진화 및 지역과 상생하는 횡성한우협동조합

횡성한우협동조합은 조합에서 나오는 수익은 조합원들에게 환원한다. 진정한 생산자협동조합으로써의 가치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횡성한우를 사육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는 농가들이 모여서 직접 운영하고 같은 꿈을 키워나가는 이런 곳은 흔치 않다.

그러다보니 고집스러운 경영철학도 존재한다. 이동옥 횡성한우협동조합 이사장은 우보천리, 우보만리라는 말을 유독 강조한다. 비록 느리지만 고집스럽게 꾸준히 제 할 일을 하고 제 갈 길을 가는 소의 품성을 닮자는 뜻이다. 그래서 비록 지금은 느려 보이지만, 결국은 최고의 명품을 생산하고 아울러 조합원과 지역민 모두와 상생하는 말 그대로의 ‘협동조합’을 꿈꾸고 있다. 그곳이 바로 횡성한우협동조합이다.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