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농어촌 빈집... 철거와 재활용 중 어떤 게 정답?

2020-05-18  00:40:00     이광조 기자

우리나라 농어촌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몇 개 아니 몇 동이나 될까? 농촌 현실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선뜻 대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초 현재 농어촌지역에는 빈집이 무려 6만 1천 317동이 방치되어 있다. 3~4명 정도가 살았다고 치면 18만명에서 25만명 정도가 그 집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물론 시제로 보면 ‘과거형’이다.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빈집정비를 위해 빈집 정비계획 등을 담은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공포됐다고 밝혔다. 이게 바로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 중 약 70%인 4만 2천 111동 정도는 철거해야할 집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농어촌정비법상 ‘빈집’은 시장·군수·구청장이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거나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이다.

이번에 개정된 농어촌정비법에는 지역주민과 빈집소유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절차가 도입된 게 특징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하고 있다. 그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정비가 필요한 빈집임을 당국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자체가 빈집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만약 지자체가 공익 목적으로 빈집을 활용하고 싶을 땐 빈집을 매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말하자면 지자체별로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얘기다. 이 농어촌정비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사실 우리 농촌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공동화현상이 점점 심각해진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5년 480만명이던 농촌인구가 20년 뒤인 2016년엔 252만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65세 이상 고령농민의 비중은 벌써 40%를 훌쩍 넘었다. 그러다보니 농어촌에 빈집은 점점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빈집 문제는 우리나라 일만은 아니다. 잘 알다시피 일본 빈집문제는 더 심각하다. 일본의 빈집은 총 847만 채나 된다고 알려져있다. 물론 도시와 농촌을 다 합친 숫자다.

그렇다면 일본은 빈집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을까? 일본은 마을주민들이 앞장서서 비영리단체를 만들어서 숙박과 관광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마을을 재생시킨 사례들을 홍보하고 있다. 꽤나 성공적이기에 널리 알리는 것일 게다.

우리나라 농촌문제 전문가들 중엔 농촌 빈집문제를 농어촌정비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농민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농어촌정비법이 먹히겠냐는 거다. 아예 이참에 빈집의 소유와 경영 주체를 달리해서 빈집을 관광과 숙박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0분 토론이라도 벌여서 슬기로운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 같다. 탁상행정이란 말이 곳곳에서 들려오기에 하는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초 현재 농어촌지역에는 빈집이 무려 6만 1천 317동이 방치되어 있다. 3~4명 정도가 살았다고 치면 18만명에서 25만명 정도가 그 집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