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나름인 '작물보호제', 허와 실 제대로 알려야

2020-04-05  17:07:55     이광조 기자

논브라, 박멸탄, 볍씨왕, 살초대첩. 이게 다 무슨 뜻일까? 알 듯 말 듯 한 이름들이다. 힌트는 우리 농촌과 관련돼 있다는 것쯤이겠다. 더 결정적인 힌트라면 농부들이 쓰는 모자에 적혀있다는 것. 맞다. 바로 농약, 요새는 작물보호제로 불리는 것들의 이름이다.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 우리 농촌에서는 농약회사(작물보호제 회사)에서 판촉용으로 농민들에게 나눠주던 모자들이 엄청나게 흔했다. 너도 나도 머리에 쓰고 논에서 들판에서 농사일을 하다 보니, 농촌과 농민의 이미지가 농약회사 모자로 대변되는 때도 있었다. 요즘도 농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한데, 모자에 적힌 농약이름들이 정겹기도 하고 다소 엉뚱하기도 하다.

논브라는 뿌리면 눈이 풍성해진다는 살균제다. 농약회사 경농의 제품. 물론 품목명은 따로 있다. 페림존.트리사이클라졸 수화제. 살충제로는 박멸탄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 역시 경농이 만들어서 팔고있다. 해충과 병충해를 박멸한다는 뜻일 것이다. 볍씨왕은 살균제다. 볍씨 종자소독에 쓰인다. 살초대첩은 피 전문방제 제초제. 동방아그로 제품이다. 논카바는 살균제다. 한국삼공이 만든다. 팜한농의 삭술이도 빼놓을 순 없다. 원예용 제초제인데, 품목명은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액제. 이밖에 마그마(팜한농, 액상형 제초제), 투척탄(팜한농, 투척형 제초제), 논감독, 혹안나골드, 다킬 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흥미진진한 이름들도 많다.

그렇다면 왜 이런 농약이름들이 등장했던 것일까? 이유는 바로 농약의 이름을 정식으로 기재하면 농민들이 너무 어려워하기 때문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작물보호협회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부연설명이 나와 있어 인용해본다.

“생물농약을 제외하고, 농약은 보통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그 유효성분의 화학명(화학구조에 근거하여 붙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가장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화학명은 복잡해서 전문가 외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상품명을 판매를 위한 이름으로 따로 제조사가 제제별로 붙입니다. 「풀…」(제초제), 「…가드」「…컷트」(살균제)와 같이, 한눈에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알기 쉽도록 해 놓은 것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말 상품명도 많이 등장하였습니다.”

 

◇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작물보호제 이름, 정식명칭이 너무 어려워서 탄생

그렇다. 정식으로 화학명을 기재하면 너무 어려워서 탄생한 것이 바로 삭술이, 논브라, 논카바, 투척탄, 다킬 등의 농약이름이다. 그런데 요새 농촌에서는 PLS, 즉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로 인해 일선 농민들의 혼란이 존재하는 게 사실. PLS는 다양한 농약의 개발과 이의 현장에서 사용이 증가됨에 따라 잔류기준이 없는 농약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 요구 증대됐기에 시행하게 됐다는 제도다. 식약처에서 잔류허용기준이 없는 경우 작물에 일률기준(0.01ppm)을 적용하는 PLS 제도를 도입·시행한 지 1년이 좀 넘었다.

그런데 좋은 취지임에도 피해를 호소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작물보호제(농약) 업계다.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 전면시행과 농협의 가격인하 정책 등으로 매출을 늘리는 데 문제점이 속출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 농약연보에 따르면 2018년 출하된 작물보호제는 1만 8716톤으로 전년 2만 톤과 비교할 때, 약 7.1%가 줄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286억원 정도 감소했다. 1조 5000억원대 시장이 1조 4000억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한국작물보호협회의 전망이다. 특히 PLS 전면시행이 제품별 판매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한국작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일반인들의 농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농약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서 “농약은 농민들의 일손을 덜어주고 식량 증산을 위한 획기적인 발명품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를 보면,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생산량 감소가 무려 30~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의 개발에 대해서는 인간을 비롯한 표적 생물 이외의 생물에게는 독성이 낮으며, 또한 환경으로의 부하가 적고 잔류성도 짧으며 또 실용하기 쉬운 약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농약은 모두 안전성이 높은 것들이다. [사진=픽사베이]

◇ “PLS· 농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 농약산업의 걸림돌”

그렇다면 작물보호제는 정말로 해로운 걸까? 한국작물보호협회 홈페이지에는 농약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잘 설명해놓은 자료집이 있다. 이 자료를 보면 , 농약의 역사는 유황을 태워 해충을 제거하는 방법이 약 기원전 1천년 전부터 시작된 가장 오래된 농약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홍만선(16세기)이 편찬한 ‘산림경제’라는 책의 4권 4책 16지 중 제5지(종수)에 과목과 임목의 재배관리에 있어 해충방제법이 나와 있다, 해충의 통로에 고랑을 만들어 놓았다가 그곳에 빠진 것을 죽이는 방법, 횃불로 유인하여 소살하는 방법, 청명일에 볏짚을 나무에 감아 막는 방법, 감초분말을 뿌리 근처에 뿌리는 방법, 과수 벌레구멍에 삼목(杉木)을 못 박아 살충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던 게 , 농약이라 부르는 '화학농약'의 출현으로 새로운 기점을 맞이하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1930년부터 화학농약 개발이 시작됐다. DDT의 강력한 살충활성이 1938년에 스위스에서, 1941년부터 1942년까지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BHC가, 1944년에는 독일에서 파라티온이 발견됐다. 1934년에 미국에서 디티오카바메이트제의 살균활성이, 1944년에는 영국에서 2,4-PA의 제초활성이 발견되었고, 그 뒤를 이어 각종 화학농약의 개발이 진행됐다.

2차대전 후 DDT를 시작으로 농약사정은 크게 변화했고, 1천만 명이 굶어 죽을 것이라던 종전 후의 비참한 상태를 극복하는데 농약은 비료와 함께 큰 역할을 해낸다. 그 후에도 새로운 약제가 차차 도입되어, 농약은 식량 안전생산이나 농작업의 생력화(省力化)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Silent Spring(침묵의 봄)>이 간행되어,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문제에 경종을 울렸고, 그 이후 농약의 독성, 잔류성, 사용법 등에 대한 검토가 더해져 재검토가 이루어졌다.

DDT나 BHC 등 잔류성, 어류 독성이 강한 유기염소제, 유기수은제라고 하는 일부의 농약에 대해서는 행정 또는 기업 측의 자발적인 규제가 이루어져, 차례로 모습을 감췄다. 그에 따라 독성 저감을 목표로 한 카바메이트계나 피레스로이드계의 살충제, 항생물질이나 벤조이미다졸계, 이미다졸계의 살충제, 트리아진계나 설포닐우레아계의 제초제의 개발이 가속화됐다.

그 후에도, 농약의 개발에 대해서는 인간을 비롯한 표적 생물 이외의 생물에게는 독성이 낮으며, 또한 환경으로의 부하가 적고 잔류성도 짧으며 또 실용하기 쉬운 약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농약은 모두 안전성이 높은 것들이다.

 

◇ 기원전 유황, 농약의 시초...근현대 화학농약 개발→ 문제점 노출 → 안전성 검증

작물보호제의 안전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한국작물보호협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작물보호제에 대한 오해와 이해(Q&A)를 인용해본다.

 

Q. 농약은 벌레를 죽이는 것이니까 사람에게도 위험한 게 아닌가요?

(A) 농약 용기의 라벨(포장지)에 쓰여 있는 주의사항을 지키고, 적정하게 사용하는 한 사람에 대한 위험성은 거의 없습니다. 병해충, 잡초에 대한 농약의 작용메커니즘의 전부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농약이 병해충, 잡초에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내는 메커니즘이 다르다는 등의 이유로, 현재는 사람에게는 위험을 미치지 않는 농약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어떤 농약이 대상으로 하는 병해충 및 잡초와, 대상 이외의 예를 들면, 사람이나 가축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성 향상이 지향됩니다.

Q.영향이 바로는 나타나지 않아도, 오랜 기간에 서서히 건강을 해치는 독성이 더 무섭다고 들었는데요?

(A) 물질이 갖는 독성에는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급성독성이고 또 하나는 만성독성입니다. 급성독성과 만성독성은 각각 성질이 다릅니다. 그 물질의 급성독성이 강하므로 반드시 만성독성이 강하다거나, 반대로 급성독성이 약하므로 만성독성도 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현재는 만성독성에 대해서도 독성 발현메커니즘을 포함하여 해명이 진행되어 발암성을 비롯, 태아에게 기형을 일으키는 최기형성, 생식능력에 대한 영향이 있는 번식독성,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변이원성 등 화학물질의 여러 독성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농약에 대해서는 급성독성, 만성독성을 비롯하여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독성시험이 의무화되어 안전성이 엄밀하게 심사되고 있습니다.

Q. 채소나 과일에 남아있는 농약을 가정에서 제거할 수 있습니까?

(A)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채소나 과일에 농약이 남아 있더라도, 원래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양은 아니므로 그대로 먹어도 농약에 관해서는 문제없습니다. 보통은 물로 더러움을 씻고 껍질을 벗기거나 또는 열을 가해서 조리를 하기 때문에 더욱 줄어듭니다. 신경 쓰지 않고 평소처럼 씻어서 조리 솜씨를 발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럼 세척과 조리과정을 통하면 농약은 얼마만큼 줄어드는 것일까요. 일본 무코가와(武庫川)여자대학 약학부의 이토(伊藤)교수 그룹이 시행한 실험 결과가 있습니다. 일부러 농약 용액에 담그거나 칠한 채소와 과일을 사용하여 '물에 씻기', '껍질 벗기기', '튀기기', '볶기', '삶기'의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보통은 조리하기 전 또는 먹기 전에 재료를 물로 씻는데 그것만으로도 물에 잘 녹는 농약 등은 상당부분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효과가 있었던 것은 껍질을 벗기는 것입니다. 대부분 농약이 제거되었습니다. 농약은 작물 표면에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조리법에서 효과가 컸던 것은 기름에 튀기는 것입니다. 이어서 볶기, 삶기 순이었습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사결과가 나타내듯이,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에서는 농약은 검출되지 않거나 검출되어도 매우 적은 양입니다. 실제로 채소와 과일을 그대로 먹더라도 건강으로의 영향은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의 양입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작물보호제 기업들은 안전성·생력화·고품질을 화두로 매진하고 있다. PLS제도가 시행된 이후 , 화학농약 제품으로 확실한 약효를 지니면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속속 출시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