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심청이‘ 찾을 때? 해법은 '과학'과 ’실행‘에 있어

2020-02-27  13:34:52     이병로 기자

우리가 잘 아는 심청전을 보면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신공양의 사례다. 자연 재해를 두려워한 고대인들은 신의 노여움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제물을 바침으로 노여움을 풀고 위기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들은 제물의 가치가 크면 클수록 더욱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비둘기에서 양으로, 더 크고 비싼 소로, 마지막엔 가장 비싼 사람을 바치기까지 했다. 심청전의 무역선 선주들도 그들의 화물이 수장되는 일을 막고자 쌀 300석에 처녀를 사서 풍랑이 이는 서해 바다 한가운데 빠뜨린 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 무지의 소산이다. 물론 소설은 허구지만.

‘코로나19’가 사람들의 관심사의 처음과 끝이다. 라이프 스타일도 바꿔 놓았다.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모임은 취소되고, 일찍 집에 들어가, 깨끗이 씻는다. 사람들은 놀러 다니지도 않고 저녁 약속도 없어졌다. 당연히 집에서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얼마전 저녁에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평소보다 물건이 없었다. 빵을 파는 아주머니도 마감 세일 물건이 일찌감치 동이 났다며 이번달 매출 목표는 너끈이 달성할 것 같다고 귀뜸해 준다. 사재기가 아니라 집밥이 유행이 됐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분석과 함께.

반면, 식당 사장님들의 주름살은 갈수록 깊어진다. 식당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농업인들도 좌불안석이다. 식당에서 수요가 주는 것도 걱정이다. 더 불안한 게 가락시장 같은 대형 유통 거점이 코로나 19로 휴장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어디다 내다 팔 것인가, 역시 ‘유통’이 제일 걱정인 것이다.

농식품부가 먼저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지난 25일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여 농식품 수출업계의 금융·물류, 판매 애로 해소와 함께 신규 수요 발굴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료구매자금을 당초보다 200억원 늘려 총 3680억원을 지원하고, 대중국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적용 금리도 0.5%p 인하하기로 했다. 물류 여건 개선을 위해 중국 내  공동물류센터를 15개소에서 17개소로, 냉장·냉동 운송 지원 체계도 20개 도시에서 25개 도시로 늘리기로 했다. 

온·오프라인 판촉도 강화해 총 123억 8천만 원을 풀어 장기 재고 및 대중국 유망 품목의 기획 판촉에 쓰기로 했다. 영화 ‘기생충’과 연계한 마케팅 활동도 확대한다. 면류·제과류 등 영화 ’기생충‘에서 화제가 된 식품의 경우 미국·신남방 등에서 유력 온라인몰과 연계한 판촉에 나선다. 특히 해외 온라인몰의 경우 22일 미국 아마존을 시작으로 베트남(Lazada), 인니(Q10), 태국(쇼피) 등에서 릴레이 판촉도 추진하기로 했다.

농협도 주요 농축산물 및 생필품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선다. 농협은 '주요 농·축산물 및 생필품 수급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마스크 ▲손세정제 ▲라면 ▲생수 ▲즉석밥 ▲무 ▲ 배추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등 10개 품목으로 공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특히 마스크는 정부와 협력해 최대한 공급을 늘릴 예정이다. 문제가 예상되는 품목은 공급 물량을 평시대비 최대 2배까지 확대하고 농협몰과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농협은 단기적으로 생필품 공급물량 확대에 주력하면서 중기적으로 소비 위축을 대비한 농축산물 판매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세우기로 했다.

심청전을 보면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대표적인 인신공양의 사례다. 자연 재해를 두려워한 고대인들은 신의 노여움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래서 제물을 바침으로 노여움을 풀고 위기에서 빠져 나오려고 했다. [자료=국가인권위원회]

위기의 농식품 업계는 민관이 해법을 찾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호랑이한테 물려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할머니들의 그 말씀이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는 요즘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소설 같은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호랑이를 만나 정신을 차려야 할 판인데도 말이다. 심청이가 인당수를 건너던 때도 아닌데 제물 찾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누군가를 제물 삼아 상대를 공격하려 든다면 그 의도가 고약하다. 만약 그게 중국이라면, 이제 한국인도 다른 나라에서는 제물이 되어야 한다. 인권 후진국에서 자행되는 ’제물 삼기‘를 비판해야지 우리가 제물을 만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새로운 감염병의 유행을 목도하고 있다. 처음 만난 바이러스는 생소해서 아는 게 적다. 그래서 공포심도 크다. 이게 팩트다. 그래서 해법은 더욱 과학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특히 공중보건은 의료 기술에 행정력이 결합된 국가 시스템의 총아다. 구성원들이 이성에 근거해 신뢰와 협조해야 가능하다. 감염병을 잡는 일은 전문가들이 과학적 지식에 근거해 해결하게 해야 한다. 개인들은 각자가 생활 속에서 개인 위생에 조심하는 게 마땅히 할 ‘일’이다. 정치인들은 이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만들어 내는 게 ‘일’이다.

제물을 찾는 일은 비과학적이다. 아울러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서부터 이어져 온 ‘천부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이다. 대응도 과학적으로, 원인 찾기도 이성적으로, 그게 문명인이 할 일이다. 위기의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는가? 농식품부, 농협처럼 해야 할 ‘일’을 하라. 그것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