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틀 전환의 성패를 가를 경자년을 맞이하며

2020-01-18  22:12:45     이광조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박진도 위원장

 

농특위 가족 여러분!

2020년 경자년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경자년은 흰 쥐 해라고 하는데, 쥐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상징이고, 그 가운데 흰 쥐는 우두머리 쥐로서 지혜롭고 생존력이 강하다고 합니다. 농특위 가족도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포착하여, 지혜롭게 헤쳐 나가 풍요롭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지난 한 해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대로 된 사무실 공간 없이 작은 셋방살이를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개월이 지났습니다. 임직원 뿐 아니라, 본위원님, 분과위원님, 특별위원님, TF위원님 그리고 함께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작은 성과를 거두고 2019년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해 12월12일 대통령님을 모신 ‘2019 농정틀 전환을 위한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주장해온 농정 틀 전환의 필요성을 대내외적으로 공유하고, 농특위의 위상을 정립하여 앞일을 위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문제는 지금부터 입니다. 농정 틀 전환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화하는 일이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올해가 농정 틀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래 30년간 우리 농정을 지배해온 효율과 경쟁 중심의 생산주의 농정을 극복하고 농어업 농어촌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는 지속가능 농정을 통해 국민총행복에 기여하는 새로운 농정의 청사진과 로드맵을 마련하여야 합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지난 ‘농정 틀 전환 보고대회’에서 저는 국가와 시민사회 그리고 농어민과 농어촌 주민 사이에 사회협약을 제시하였습니다. “농어민과 농어촌 주민은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어업 농어촌의 공익적 가치와 다원적 기능을 극대화하여 국민총행복에 기여한다. 국가와 시민사회는 농어민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농어민이 생산하는 농수산물의 가격 안정과 공익적 가치에 대한 지불을 책임진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사회협약을 구체화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민과 소통할 뿐 아니라 소비자, 환경단체, 노동계 등 시민사회와 긴밀하게 소통하여 농정 틀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과도 책임 있는 합의를 이루어야 합니다. 저는 우선 이러한 사회협약의 얼개가 금년 4월 전에 이루어지고 이것이 정치권의 정책으로 채택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올 한 해 온 힘을 다하여 사회협약의 구체적 내용에 합의하고, 이것이 내후년부터 시작될 대선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우리는 지난 한 해 치열한 논의를 통해 농정 틀 전환을 위한 과제를 이미 정리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농정틀 전환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에서 대통령님께서 다섯 개의 과제를 말씀하였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제들을 사회협약의 형태로 구체화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농어민들이 사회협약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농정 예산구조를 재편하는 것입니다. 즉 농어민과 농어촌주민이 창출하는 농어업・농어촌의 공익적 가치・다원적 기능에 대한 지불(공익기여 지불) 중심으로 예산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농어민에 대한 생산 보조금과 농어촌에 대한 하드웨어 중심의 지역개발 보조금을 대폭 줄여 재원을 마련하고, 새로 늘어나는 농정 예산을 우선적으로 공익기여지불로 돌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일이 올해 예산 편성부터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공익기여지불 중심의 예산과 더불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것은 농수산물의 가격 및 경영 안정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분명히 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특히 변동형 직불제가 폐지됨에 따른 농가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주요 농수산물에 대한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가격안정대 정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농정 틀 전환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에서 대통령님께서 강조하였듯이 국민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국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푸드 플랜과 지역 푸드 플랜을 올 해내에 반드시 수립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 푸드 플랜은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농어촌을 농어민의 삶터이자 국민 모두의 쉼터로 가꾸어, 떠나지 않는 농어촌 살고 싶은 농어촌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어업 6차산업화를 비롯해 먹거리, 문화, 자연 및 생태 자원, 관광자원을 광범하게 활용한 농어촌 활성화 정책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농어촌 사회경제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농어업 농어촌 주체의 지식 및 혁신 역량 개발, 농어촌 사회의 미래를 열어가는 청년 및 여성의 역할, 농어촌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농어촌 인구 20% 확보, 농어촌 환경 보전 및 기후변화 대응, 중앙정부 - 지방정부 - 민간의 협치 농정에 기초한 농정추진체계 개편, 협동조합의 정체성 확립과 조합원 중심의 농협수협 및 산림조합의 혁신, 남북평화경제의 마중물이 될 남북농림수산부문의 협력, 지속가능 농정, 농정분권이 실현되도록 조직과 제도를 혁신하는 등의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농지와 사람에 관한 얘기입니다. 농정의 기본인 사람과 농지에 대한 제도가 문란해서는 어떠한 농정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습니다. 농지의 절반 이상이 비농민의 소유로 이른바 임대차 면적이 1950년 농지개혁 당시의 소작지 면적 비율을 넘어섰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올 해에는 농지에 대한 전수 실태조사가 이루어져 불법적 농지소유를 막고, 임차농민의 농지 이용권을 보장하여, 농지의 효율적 보전과 이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여야겠습니다. 누가 농민이고, 어민인가, 누가 농어촌 주민인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새롭게 정립되지 않으면 공익기여지불 중심의 농정으로 재편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십년 전에 정립되고 법마다 다른 농어민에 대한 정의를 새로운 농정에 맞도록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농정 틀 전환의 비전과 과제를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협약을 맺는 것도 어렵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이를 실천하고 목적하는 바가 실현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농정틀 전환 타운홀 미팅 보고대회’에서 농민대표가 하신 말씀을 명심하고 있습니다. 김성만 전농 부경연맹 의장은 농정 틀 전환이 잘 될 수 있겠는가 라는 저의 질문에 대해 ‘잘 안 될 것 같다’고 말씀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 농민들이 스스로 소위 상위 10%의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간 30년간 농정의 파트너였던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된 농정을 달가워하지 않고, 둘째, 핵심적으로 농정 틀을 바꾸기 위해서는 농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이 해야 하는데 정부의 공무원들이 이걸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 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농특위 가족 여러분!

작은 정책 하나 바꾸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농정 틀을 바꾼다는 것이 어찌 쉽게 실현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이 일을 해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기회가 다시는 주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올해가 기회의 상징 경자년 흰 쥐 해인 것이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예산권, 인사권을 비롯해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농정 틀 전환에 대한 농어민들의 뜨거운 열망과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시민사회의 힘이 있습니다. 농어민과 소통하고, 시민사회와 협력하여 농정 틀 전환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열정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농정 틀 전환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함께 하게 된 것을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