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시장 격리, 골든 타임 중요해

2019-11-03  21:09:59     이병로 기자
박완주 의원 [사진 제공=박완주 의원실]

쌀의 생산 물량이 수요량을 일정 수준 초과하는 경우 시장 격리를 법제화하는 등 쌀의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담긴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최근 기술 개발에 따른 생산성의 향상과 기상 여건에 따른 작황 호조로 양곡의 수급 및 가격 불안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쌀은 구조적 공급 과잉 상황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대략 30만 톤이 과잉 공급됐으며 이로 인해 수급 및 가격 불안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수확기 쌀값은 20년 전 쌀값 수준인 12만9711원까지 추락했다.

정부는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예상되는 쌀 과잉 공급량을 매입하는 ‘시장 격리제’를 수매 제도 폐지 이후 2005년부터 추진해왔다. 수확기 쌀 생산량이 수요량을 초과할 경우 쌀의 수급조절을 위하여 예상되는 초과 공급량을 매입을 통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제도다.

박완주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정부는 총 7차례의 시장 격리를 진행했다. 같은 기간 동안 시장 격리로 매입한 총 물량은 318만 톤이며 예산으로 따지면 3조4941억 원 규모다.

그러나 시장 격리제의 효과는 2017년산 쌀을 제외하고 크지 않았다.

2017년의 경우, 수확기 이전에 시장 격리 매입 계획을 발표하고 예상되는 과잉 공급량 26만 톤에 추가 11만 톤을 더해 총 37만 톤을 격리함으로써 쌀값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었다. 12만 원대까지 추락했던 쌀값은 선제적인 시장 격리 이후 19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2017년 이전에는 정부가 과잉 물량을 시장 격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입 계획 발표가 다소 늦고, 시장 격리를 연도를 이월해 나눠서 진행하는 등 시장 격리제가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효과가 반감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산, 2014년산, 2015년산 쌀의 경우 초과 공급 물량 수준으로 시장 격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확기에 한 번에 하지 않고 연도를 이월하여 2차, 3차에 걸쳐 나눠 진행하면서 격리 효과가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2016년산 쌀은 최악인 12만 원대를 기록했다. 농협 RPC도 2010년 1077억 원, 2015년 340억 원, 2016년 299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박완주 의원은 지난 10월 30일 쌀을 포함한 양곡의 수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 수단을 체계화하고 수급 불안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함으로써, 양곡 시장 불안 최소화와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한 「양곡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양곡의 가격 안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양곡 수급 안정 대책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하되, 미곡의 경우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및 농업인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원칙적으로 매년 10월 15일 이전까지 수급 안정 대책을 수립·공표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선제적인 수확기 대책을 발표함으로써 시장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재배 면적 과다로 인한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생산자 단체의 대표 등과 협의를 거쳐 직불금 수령을 희망하는 쌀 재배 농가에게 미곡 재배 면적 조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박완주 의원은 “쌀값은 폭락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 변동 직불제와 같은 사후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라, 과감하고 선제적인 수급 조절 장치로 보장해야 한다.”며 “시장 격리제가 2005년부터 시행되어 왔지만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어 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했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으로 체계적인 시장 격리 제도를 도입해 양곡 시장의 불안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은 “공익형 직불제로 개편되면 논과 밭 간의 격차가 좁혀지고 쌀 공급 과잉 문제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변동 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 농가의 불안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농업계의 요구이기도 한 쌀 자동 시장 격리제가 도입된다면 수급 안정 장치로서 안정적인 수확기 쌀값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