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축산경제의 돼지고기 소비 촉진 행사가 영 어색한 이유  

2019-10-27  20:53:47     이병로 기자

현재 진행형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던져 준 이미지는 딱 2가지다. 살아있는 돼지의 살처분과 돼지고기 판매촉진행사. 관계당국은 연일 구슬땀을 흘리며 원인 규명이나 방역.소독.확산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살처분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또 다른 쪽에선 돼지고기 값이 떨어지니까 많이 먹어야 한다며 소비촉진운동도 벌이고 있다. 

농협 축산경제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우리돼지 한돈 할인행사를 벌였다. 김태환 농협 축산경제 대표도 “ASF 발생으로 어려움을 빠진 한돈 농가에는 희망을, 소비자에겐 안전하고 맛있는 고품질 한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행사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돼지고기 소비 기반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자.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실의에 빠졌다는 한돈 농가들은 정작 두 갈래라는 점이다. 한쪽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돼 살처분과 그 보상대책을 걱정하며 밤잠을 설치는 농가들이다, 또 다른 한쪽은 이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해서 피해를 보는 농가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 축산경제가 어느 한쪽 농가 편만 감싸면서 대대적인 행사를 벌이는 걸 바라보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피해농가들의 시선은 어떨까? 

살처분 농가들은 언제 다시 입식해 돼지농사를 다시 하게 될지 모른다. 정부 당국은 5개월이 지나면 입식이 가능하다고 안심시키고 있으나 그 때 다시 이 지역에 발병한 농가나 멧돼지가 생긴다면 도로묵이다. 언제 다시 생업을 이어갈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이들의 눈에 비친 소비 촉진 운동은 그림의 떡인 셈이다. 팔수 있는 돼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게 이들의 바람일 게다. 

한번 역지사지(易地思之)해보자. 살처분 농가 대책 수립이 우선인지, 소비하락과 돈가 하락으로 근심하는 비 살처분 농가를 위한 소비촉진 활동이 우선인지. 농협 축산경제도 몇 차례 소비촉진 활동이 돌아선 소비자 취향을 단번에 돌아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아닐 터이다. 다만 뭐라도 해야 하니 할인 행사로, 시식회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애타는 마음도 이해한다. 그러나 당장 급한 불은 살처분 정책에 대한 냉철한 대응을 촉구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다 전국으로 퍼진다면, 지금과 같이 예방적 살처분으로 한 개 군 전체의 돼지를 살육해서 팔 돼지가 없는 상황이 된다면 그 때도 소비촉진 행사를 할 수 있을까? 농가들이 불안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국 축산농가들의 구심점인 농협 축산경제는 우선 순위를 정하고 타이밍을 봐가면서 일을 하길 바란다. 머리에 띠라도 두르고 정부를 향해 제대로 된 대책을 촉구하는 대열에 함께 해달라는 것이 농가들의 절규일지 모른다. 당장 오갈데 없는 조합원부터 보살피는 것, 그것이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심사숙고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