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대한 모든 것

2019-09-17  11:48:25     이병로 기자

어제 16일 아프리카 돼지열병 (ASF) 의심 증상을 보였던 파주 돼지 농가의 돼지가 오늘 6시 30분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우리나라도 발병국이 됐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작년 8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올 해초 북한에서도 확진되면서 국내 발병도 초 읽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또한 국내 공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매개체가 되는 반입 음식물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발병 가능성도 한층 커지기도 했다.

이제 전쟁은 터졌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불행중 다행인지 농림축산식품부는 1년 전인 작년 8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을 발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 자료를 토대로 '공공의 적'이된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특성에 대해 알아봤다.  

 

◇ 냉장고에서 6년을 살아남는 바이러스 존속력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바이러스는 냉장된 고기에서 최소 15주간, 가열하지 않고 훈제처리한 돼지고기 가공품(햄, 소시지)에서는 3~6개월 동안 지속적인 감염성을 지닌다. 바이러스 자체만의 생존력은 무시무시할 정도. ASF바이러스는 적절한 단백질 농도가 유지되어 있는 환경, 즉 실온 혈청 내에서는 18개월, 냉장고에서는 6년이나 살아남는다. 아직까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퇴치할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

◇가장 흔한 국제적 감염경로 및 확대 경로 

남은 음식물 특히 항공기나 선박의 주방 쓰레기에서 유래한 음식물 쓰레기가 주범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의 국제 전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염원이 바로 항공기와 선박의 주방쓰레기. 조리하고 남은 오염된 돼지고기를 포함한 음식찌꺼기를 돼지에 주는 것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에 전파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경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 감염된 돼지를 조리하거나 이동시키는 것은 불법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경우, 돼지 폐사로 인한 오염된 돼지고기가 대량으로 발생한다. 이때 남는 고기를 건조시키거나 혹은 다른 조리방법으로 보존 하는 경우엔 ASF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고기 내에 살아남아 있게 된다. 또한 아프리카 일부에서는 ASF가 발생 할 경우, 보상 없이 강제적으로 도살 처분 당하는 것을 면하기 위해 불법으로 감염된 돼지를 이동시키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부추기는 일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바이러스는 냉장된 고기에서 최소 15주간, 가열하지 않고 훈제처리한 돼지고기 가공품(햄, 소시지)에서는 3~6개월 동안 지속적인 감염성을 지닌다. [사진=픽사베이]

 

◇ 아프리카 사막흑멧돼지와 물렁진드기 사이의 감염고리 

아프리카 사막흑멧돼지와 진드기 사이에서 전파가 일어나는 것은 사막흑멧돼지가 생후 4~6주 동안 진드기가 서식하는 동굴에서 생활하는 기간에 한정. ASF에 감염된 물렁진드기가 어린 사막흑멧돼지를 흡혈할 때에 진드기의 침에 포함된 바이러스에 어린 사막흑멧돼지가 감염된다. 야생 돼지와 유럽 멧돼지(Sus scrofa ferus)는 ASF에 똑같이 취약하다. 가축 돼지는 우연숙주인 반면, 물렁진드기는 바이러스의 천연숙주 및 보유숙주이다.

◇ 돼지 사이에서는 배설물.분비액이 입과 호흡기를 통해 감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유행 중에 일어나는 돼지 사이의 전파는 감염 돼지의 배설물이나 분비액과 접촉에 의한다. 감염 경로는 보통 입이나 호흡기 감염이다. 공기를 통한 비말 감염은 매우 짧은 거리 사이에서나 일어난다.

◇ 오염된 차량, 기구. 의류 통한 간접 감염도 가능

환경에 바이러스가 고농도로 오염된 경우에는 오염된 차량, 기구 및 의류 등을 통한 간접 접촉 감염이 있다. 예를 들어 소독이 불충분한 주사 바늘을 이용하거나 주사 바늘을 교환하지 않고 돼지열병(Classical Swine Fever)에 대한 백신주사나 돼지 단독과 같은 세균성 질병의 치료를 실시할 때 의원성 감염 전파가 있다.

17일 국내 최초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진됨에 따라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픽사베이]

 

◇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사르데냐의 이탈리아 지중해 섬, 코카서스와 동부 유럽의 지역에서 풍토병으로 간주된다. ASF의 국가 간 확산에 대한 매우 높은 잠재력은 2007년 코카서스에서의 발병, 러시아에서 동부유럽으로 점진적인 전파로 입증되었다. 급성형으로 발생시엔 치사율은 100%에 이른다. 더욱 무서운 것은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점.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돼지과 동물 종만 감염... 야생멧돼지도 마찬가지

감염(감수성)을 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Suidae) 동물 종만 감염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감염된다) . 사육돼지는 높은 감수성을 나타내고 품종, 나이, 성별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중앙 아프리카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특정 돼지(사육돼지)는 ASF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예상보다 높은 생존율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약 4~500년 전 이베리아반도에서 아프리카로 유입된 돼지로부터 유래된 돼지가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적 저항성을 획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존재하는 야생멧돼지 같은 유럽 야생멧돼지(Sus scrofa)도 사육돼지처럼 감염되고 같은 폐사율을 나타낸다.

◇ 돼지 몸에 잠복하는 기간 

잠복기는 ASF의 경우 바이러스 숙주 및 감염 경로 따라 4~19일 사이가 된다. 낮은 병원성의 ASF 바이러스주에 감염된 돼지는 감염 후 70일 이상 동안 감염력이 지속될 수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들에게 나타나는 주요 증상으로는 발열, 옆으로 누워있기, 비틀거림 등이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감염된 돼지에게 나타나는 임상증상

▲심급성 : 돼지는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폐사하고 폐사 돼지가 발견되고서야 비로소 이상을 알아차린다. 돼지가 옆으로 눕는다.(횡와),

▲급성 : 돼지는 지속적으로 42℃ 이상의 고열을 나타낸다. 원기가 없고 식욕부진이 있다. 발열 때문에 돼지는 그늘과 물을 요구하고 무리지어 겹쳐져 있다. 운동을 싫어하고 피부가 흰 돼지에서는 귀나 복부, 뒷다리에 청색증이 보인다. 농양(고름) 또는 점액 모양의 눈곱과 콧물이 보인다. 또, 복통에 의해 등을 활처럼 구부리는 증상도 보인다. 거동 불안 및 옆구리를 차는 이상 운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구토는 일반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또점액 혈변 또는 피섞인 설사 때문에 돼지 꼬리나 회음부가 더러워진다. 

반대로 변비가 될 수도 있다. 보통 뒷다리의 운동 실조가 있다. 호흡 곤란으로 입 및 콧구멍에는 가끔 출혈성 거품 액체가 보인다. 많은 증례에서 인정되는 주요 폐사 원인은 폐부종에 의한 것이다. 더 오래 살아남은 돼지가 경련 등 신경증상을 나타낸다. 점막이나 피부에는 점상 출혈이 보인다. 임신 중인 돼지는 임신 시기에상관없이 유산이 일어난다. 임상 증상의 경과는 일반적으로 2~7일로 짧지만 이보다 긴것도 있다.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재발하여 폐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치사율은100%에 가깝다. 유럽 및 카리브 해에서 아급성 및 만성 ASF가 일반적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앙골라에서의 만성 ASF 보고를 제외하고 급성 ASF가 일반적이다. 

▲아급성 : 아급성 ASF는 병원성이 약한 바이러스주의 감염에 의한 것이다. 돼지는 급성 ASF에 비하여 보다 장기간 살아남는다. 고열이 떨어지면 반대로 일반 증상이 악화된다. 일반적으로 습성 기침을 동반한 만성 호흡기 증세를 특징으로 하는 간질성 폐렴을 일으킨다. 폐렴은 세균의 2차 감염도 가세한다. 관절은 붓고 돼지는 통증 때문에 절뚝거린다. 폐사될 때 까지의 기간은 수주일에서 수개월이다. 감염 돼지가 일단 회복하여 만성 ASF로 이행하는 경우도 있다. 폐사 원인은 급성 혹은 만성 심장 기능 부전에 의한 것이다. 

▲만성 : 만성 ASF에서는 돼지 피모는 길고 거칠어지며 현저하게 발육 불량이 나타난다. 폐렴증상이 현저하고 절뚝거림과 피부 궤양이 보인다. 세균의 2차 감염이 일어나면 몇 달 간은 살아남지만 결국 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