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광릉수목원 옆에 웬 의정부 쓰레기 소각장?

2019-07-21  00:32:42     김찬래 기자

광릉수목원은 국립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목원으로서 산림청 소속이다. 조선왕조 세조가 생전에 즐겨 찾던 사냥터였다고 한다. 세조는 죽어서도 그곳 광릉에 묻혔다. 조선왕실에서는 광릉을 중심으로 사방 15리의 숲을 능 부속림으로 지정하고 철저하게 보호했고, 일제시대에는 산림과 임업을 연구하는 시험림과 학술보호림으로 지정, 보호되었다.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수목원은 TV드라마 <모래시계>와 유명 뮤직비디오의 단골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렇듯 5백 년 넘게 훼손되지 않고 잘 보전되어 온 광릉수목원이 요즘 소각장 이전문제로 시끄럽다. 포천시의회(의장 조용춘)는 지난 6일 ‘의정부시 자원회수시설 현대화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공청회’가 열린 의정부 금오초등학교실내체육관에서 의정부시 자일동 소각장 이전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청회가 열린 이곳에는 '자일동 쓰레기 소각장 결사반대', ‘숨 쉬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소각장 건설 반대 구호도 난무했다. 조용춘 포천시의회의장은 “자일동 소각장 이전은 포천시민의 건강권 침해는 물론 세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인 광릉수목원(국립수목원)의 환경피해가 불가피하다. 의정부시의 소각장 광릉수목원 인근 이전은 포천시민을 무시하는 행태이다. 이전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참석자들은 의정부시가 광릉수목원 근처에 소각장을 건설하는 것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성토했다.

양주시의회도 발끈하고 나섰다. 양주시의회(의장 이희창)는 12일 제307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양주시의회 의원 전원의 명의로 '의정부시 자원회수시설 이전 건립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가결했다. 역설적이게도 포천은 공장지대인 인천 남구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대기질이 좋지 않은 지역이다. 광릉수목원이 있는데도 그렇다. 이유는 석탄화력발전 건설이라는 게 주민들과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그런데도 의정부시는 광릉수목원 인근에 쓰레기 소각장을 지으려고 한다.

포천시의회와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다. 대기질이 나쁘면 좋게 만들어야 순리인 것이다. 나쁘니까 더 나빠도 된다는 건 억지다. 의정부시의 속셈이 뭔지 궁금해진다.